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종종 만나자” 첫발 뗀 영수회담,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을 마친 후 배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정진석 비서실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을 마친 후 배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정진석 비서실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대통령실 제공

생계지원비 등 이견 있었지만, 의료개혁 등 협력 약속

소통 필요 인정만으로도 성과…상대 비방부터 자제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까지는 1년11개월, 720일이 걸렸다. 4·10 총선은 정부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지만,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강 대 강 대결로 질주한 데 대한 따끔한 경고이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수회담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총선 민의에 다가가는 모습이자 정치 복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당초 예고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15분가량 차담 형식으로 진행된 회담에서 별도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양자회담이든, 여·야·정 3자 회동이든 형식에 구애 없이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특히 “이번 회동으로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생계지원비 문제 등에 대해선 정책적 차이와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자신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하는 등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총평에 나선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의 필요성은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쟁점마다 대립각을 세워 온 양측이 그동안 쌓인 앙금을 회담 한 번으로 일소하려 했다면 과욕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회담 역시 실무협상은 진통을 겪었지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결단으로 성사됐다. 서로 상대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회담 정례화나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 합의가 도출됐으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나, 협치와 타협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만으로도 작지 않은 성과다.

이제부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신뢰구축조치(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s)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 오만과 독선·불통 이미지를 털어내야 하고, 이 대표도 입법 폭주와 방탄국회 유혹에 휘둘려선 안 된다. 양측 인사들도 함께 변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에 영합해 상대를 비방하는 언사부터 자제하기 바란다. 습관적 비난에 매몰되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쌓여야 소통이 지속될 수 있고, 두 지도자의 운신 폭도 넓어진다는 점을 여야 모두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