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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체구·부드러운 스윙…김범석 보면 이대호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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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28일 잠실 KIA전 5회 말 1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기뻐하는 김범석. 체중 관리 실패와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해야 했던 그는 뒤늦게 1군에 합류해 연일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잠실 KIA전 5회 말 1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기뻐하는 김범석. 체중 관리 실패와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해야 했던 그는 뒤늦게 1군에 합류해 연일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2년 차 포수 김범석(20)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살이 찐 김범석이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나무란 것이다.

키 1m78㎝에 몸무게가 100㎏을 넘는 김범석은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체중을 줄이라는 미션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염 감독은 크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더구나 스프링캠프에서 옆구리 근육까지 다치자 염 감독은 그를 한국에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김범석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이미 염 감독이 “6월까지 기회는 없다”고 공언한 터라 후반기에야 1군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염경엽 감독은 타선 강화를 위해 김범석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김범석은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대타로 나오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14일 이후 출전한 11경기에서 타율 0.353(34타수 12안타) 2홈런 12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범석의 방망이가 특히 빛을 발한 건 지난 26~28일 잠실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3연전 연속 선발(지명타자)로 출전한 김범석은 1차전에선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2차전에선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어 28일 3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3차전에선 LG가 3-5로 뒤지던 5회 말 1사 만루에서 싹쓸이 우전 2루타를 터뜨려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통적으로 왼손 타자가 많은 LG는 그동안 오른손 거포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결정적인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슬러거를 육성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최근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유망주는 2020년 입단한 외야수 이재원(24)이었다. 체격(키 1m92㎝·체중 105㎏)이 뛰어난 이재원은 2022년 13홈런을 터트리면서 차세대 거포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올 시즌에는 1군에서 제외됐다. 아직 병역의 의무를 해결하지 못한 이재원은 결국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택했고, 그 빈자리를 후배 김범석이 채우는 모양새가 됐다.

김범석은 경남고 시절 3년 동안 35경기에 나와 타율 0.343(108타수 37안타) 10홈런 37타점 31득점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3학년 때는 10차례나 담장을 넘겨 고교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체격이 커도 스윙이 부드럽고 펀치력이 뛰어나 경남고 선배인 이대호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LG는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범석을 1라운드에 지명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김범석은 장차 한국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아직 11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김범석의 방망이는 매 경기 뜨겁게 돌아간다. 벌써부터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김범석은 지난해 29타석에만 들어서 신인상을 받을 자격(입단 5년 이내 60타석 이하)이 있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는 투수 쪽에선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와 한화 이글스 황준서, 두산 김택연 등이 꼽힌다. 야수에선 SSG 랜더스 박지환이 경쟁자다. LG는 통산 5번째 신인왕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1990년 포수 김동수를 시작으로 1994년 유격수 류지현, 1997년 중견수 이병규, 2019년 오른손 사이드암 정우영이 최고 루키의 명맥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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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은 “대선배님들의 뒤를 따르는 일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프로 입단 후 신인왕이 목표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타이틀보다는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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