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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1·2위국인데…‘눈에는 눈’ 미·중 관세전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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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심상찮은 미·중 무역분쟁

중국 정부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항해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새로운 관세법을 마련하면서 미·중 간 무역 전쟁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건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국가의 고율 관세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17조)는 새 관세법을 오는 12월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하자 중국 정부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식화해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연간 수출에서 각각 19.7%, 18.2%를 차지하는(지난해 기준) 1·2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일부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미국을 비롯해 EU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저가 제품에 철퇴를 가할 경우 한국·일본·독일 등 경쟁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 2018년 7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며 제재를 시작하자 미국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급감하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점유율은 늘어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미국의 대중국 제재품목 수입은 1년 전보다 24.7% 감소했지만 대 한국 수입은 20.5% 증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중국의 저가 제품이 미국 외 시장으로 쏟아지게 될 경우가 문제다. 이미 지금도 중국은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폭증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겪자 전기차·배터리·철강에 이르기까지 중국 생산품을 헐값에 밀어내는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갈라서게 되면 이런 기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도 내수가 좋지 않아 수출 외엔 해법이 없다. 미국이나 서방 국가로 가지 못한 덤핑 물량이 다른 국가에 쏟아지게 되면 한국이 중국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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