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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 12년 만에 폐지됐다…조희연은 천막농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가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가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뉴스1]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2년에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12년 만이다.

서울시의회는 26일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폐지조례안’을 상정하고, 재석 의원 60명 전원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안건 상정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서울시의회, 본회의서 인권조례 폐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출석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출석했다. [뉴스1]

학생인권조례는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학생으로서 인권과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구를 보면 응당 지켜져야 할 권리지만,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교권 침해 논란이다.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계도·훈육하는 선생님이 권리를 침해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숨진 뒤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혜영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광진4)은 “학생인권조례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항목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해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했다”며 “학생들이 특정 권리를 남용할 경우에 대한 견제장치도 미비해 학생이 권리·책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대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서울특별시 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도 같은 날 가결했다. 기존 학생인권조례가 규정하지 않았던 ‘학생의 권리와 책임’,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등을 규정한 조례다.

조희연 교육감 “72시간 천막 농성”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활동가들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활동가들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의회의 결정에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한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해서 학교폭력, 교권 추락이 없어진다면 (서울시의회 결정에) 동의하겠다”며 “72시간 동안 시교육청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천막 농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소라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도 “학생인권조례안 폐지는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하면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재표결해야 한다.

재의 시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기존 의결 사항을 확정한다. 112석 중 공석을 제외한 111명의 서울시의회 의석 중 74명이 찬성하면 가결한다는 뜻이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이 76석(68%)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의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동의하면 다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행정적인 검토를 통해 재의 정당성이 확인되면 당연히 (재의를 요구)하겠다”며 “국민의힘의원 중에서 2~3명만 저희 의견에 동의하면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반발…표결 불참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뉴스1]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뉴스1]

교원 단체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교원총연합회는 “과도하게 학생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강행이 자초한 결과”라며 “지금은 교권보호 특별법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는 교사노조연맹은 별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 26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서울학생인권지키기공대위(공대위)는 “서울 학생의 인권을 짓밟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을 서울 시민과 학생의 이름으로 탄핵한다”고 규탄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조례 폐지안이 통과한 건 서울이 충남도에 이어 두 번째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제정한 이후 광주광역시·서울시·전북도·충남도·인천시·제주시 등 7개 시·도 교육청이 잇달아 제정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출산·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유통업 상생 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 분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등 38건의 안건을 가결했다. 출산 및 양육지원 조례개정안은 35세 이상 고령 임산부에 대한 산전 진찰과 비급여 검사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통업 상생 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 조례안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제한 규정을 완화, 아침 일찍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도록 수정·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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