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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윤 해외 여기저기 떠돈다"…알펜시아 의혹 수사도 스톱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7일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배상윤(58) KH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배 회장은 2022년 6월 해외로 도피한 뒤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여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 배 회장에 대해 알펜시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4000억원대 손해를 회사에 끼치고(배임), 개인 채무 용도로 회삿돈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지만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KH, “행정소송 통해 대응”…배상윤 찾기는 안갯속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KH그룹 총괄부회장 우모 씨가 지난해 5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우씨는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뉴스1.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KH그룹 총괄부회장 우모 씨가 지난해 5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우씨는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뉴스1.

18일 KH그룹은 공정위의 510억원 규모 과징금 및 검찰 고발 조치에 대해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H가 2021년 6월 특수목적법인(SPC)을 2개를 설립해 중복으로 입찰한 건 지방계약법 시행규칙에 근거가 있고, 불법 담합을 의도했다면 2개 SPC에 모두 ‘KH’라는 사명을 넣었을리 없다는 주장이다. 입찰에 참가한 두 SPC는 KH필룩스가 주축이 된 KH강원개발과 KH건설이 설립한 KH리츠다.

 KH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일 담합이라 하더라도 입찰 주체인 2개 SPC 외에 자금을 대여한 계열사들에게 모두 과징금을 부과한 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며 “계열사들 입장에선 알펜시아 인수를 위해 투자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알펜시아 리조트 낙찰로 강원도 재정에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5차에서 다시 유찰됐다면 리조트 낙찰가격(7115억원)이 더 내려갔을 것이고, 알펜시아 직원들의 고용도 승계했다는 것이다.

 KH 측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비롯해 배 회장이 연루된 일련의 혐의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조사를 마쳤고 더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자진 귀국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H 측은 배 회장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배 회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중앙일보에 “범죄인 인도 협력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최문순 소환도 9개월 전 마쳐…수원·남부도 수사중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동남아 등으로 해외 도피중이다. 배 회장은 불법 대북송금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동남아 등으로 해외 도피중이다. 배 회장은 불법 대북송금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문제는 배 회장의 장기 도피로 관련 사건 수사들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배 회장의 입찰담합 배후에 알펜시아 매각 주체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022년 12월엔 KH그룹 계열사와 강원도청을 압수수색했고, 지난해 7월엔 최 전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마쳤다. 검찰은 담합의 형식적 위법성 외에 최 전 지사가 KH 측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도 의심하고 있는 단계지만 배 회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서는 입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배 회장은 수원지검 형사6부가 수사 중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도 관련돼있다. 배 회장은 800만 달러 대북송금 주체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나 롤렉스 시계를 선물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임 이후 아태평화교류협회에 17억원을 기부하는 등 대북 이권 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제공동체’로 불린 김 회장과 금전 거래를 통해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하도록 조력한 의혹도 있다. 이 외에 지난해 3월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승인 관련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풀어 조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KH필룩스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KH측의 입찰담합과 관련해선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법 위반 소지를 높게 보고 있다. “유찰방지를 위한 담합이라도 강원도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불법 낙찰로 잠재적 경쟁들이 후속 매각절차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한하면서 이 같은 여지가 없어졌고, 중복 입찰 자체도 불법”이라는 취지다. 공정위에 따르면 낙찰 가격을 써내는 투찰 당일인 2021년 6월 ‘들러리 입찰’을 한 KH리츠는 6800억10만원을 먼저 투찰한 뒤 결과를 KH강원개발 측에 텔레그램으로 공유했고, 강원개발은 6800억7000만원을 써내 최종 낙찰했다.

 검찰은 또 배 회장의 해외도피를 돕고 억대의 도박자금을 송금한 혐의로 KH그룹 총괄부회장 우모(54)씨와 수행팀장 이모(31)씨를 지난해 6월 구속기소했다. 우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이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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