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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병주의 뉴스터치

물꼬 터진 가격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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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초콜릿을 고르고 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초콜릿을 고르고 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뉴스1

총선 끝나기만을 기다린 듯 물가 인상 물꼬가 터졌다. 대형마트, 편의점들도 일부 제품들 가격을 올린다고 예고했다. 생산업체들이 공급가를 올린다는 이유를 댄다. 생산가격 상승은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영국 BBC는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신조어인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을 소개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의 뉴욕상품거래소 선물 가격은 1년 전보다 3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기후 재해와 병충해 확산으로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량이 급감해서다. 브라질·베트남에서의 가뭄은 커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커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제과, 음료 업체들은 이런 재료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도 부담이다.

국민 간식을 자처하는 치킨 가격도 심상치 않다. 굽네치킨은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올렸다. 파파이스도 평균 4% 인상했다. 올리브 생산 대국 스페인이 2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면서 올리브유 생산이 반토막이 났고, 간접적 영향을 주는 팜유 가격 역시 상승해 다른 치킨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1, 2위인 bhc와 제너시스BBQ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각각 15.2%, 13.7% 줄어 인상 요인이 더 크다.

이유는 다르지만 1400만명 회원을 거느린 쿠팡이 유료 멤버십 회비를 갑자기 58.1% 높였고,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대기 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강조하지만 신뢰하는 이는 적다. 그나마 물가 상승을 조금 억누르던 선거가 차라리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