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류현진→문동주…독수리표 ‘체인지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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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구대성, 류현진, 문동주(위쪽부터 순서대로)

구대성, 류현진, 문동주(위쪽부터 순서대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20)는 대선배 류현진(37)의 복귀를 가장 반겼던 후배 중 하나다.

그는 “선배님 바로 옆에서 최대한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싶다”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중에서도 문동주가 가장 익히고 싶었던 건 ‘류현진 표’ 체인지업. 문동주가 선발 투수로 롱런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무기였다.

체인지업은 투수 류현진을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구종이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대선배 구대성을 졸라 서클 체인지업을 배웠고, 자신의 필살기로 발전시켰다. KBO리그 타자 대부분이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국내 최고”라고 입을 모았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그는 체인지업의 위력을 앞세워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다. 구대성에서 시작된 이 체인지업이 이제 류현진을 거쳐 문동주에게로 대물림되는 모양새다.

문동주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주 무기다. 그러나 고교 2학년 때 처음 투수를 시작한 터라 투구 레퍼토리(직구·커브·슬라이더)가 단조로운 편이었다.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지만 구속이 10㎞ 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타자를 속이기에 가장 좋은 구종이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가 클수록 더 효과적이다.

문동주는 지난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6탈삼진 3실점(1자책점)으로 역투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공 95개 중 체인지업을 14개나 섞었다는 거다. 직전 등판인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문동주가 던진 체인지업은 단 1개. 그런데 16일 경기에선 비중을 확실히 높여 ‘문동주가 체인지업도 던진다’는 인식을 상대 타자들에게 심어줬다. 김주원과 손아섭을 삼진으로 잡을 때도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동주의 이날 공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았다. 공 자체에 힘도 있었고,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빼어났다”고 호평했다.

문동주 자신도 체인지업의 완성도에 반신반의하다 이 경기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 그는 “나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류현진 선배님이 알려주신 대로 그립을 완전히 바꿨는데 그게 확실히 효과를 봤다”며 “몇 주 전 대전에서 경기를 보다 무작정 공을 들고 찾아가서 여쭤봤더니, 선배님이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처음 3일은 공이 다 하늘로 떴는데 조금씩 던지다 보니 감을 찾았다”고 했다.

물론 문동주가 원하는 만큼 능숙하게 체인지업을 구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문동주는 “지금까지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잘 통했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앞으로 경기에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며 “볼이 되더라도 좀 더 많이 던져보면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체인지업 사부’ 류현진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문동주는 16일 경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뒤 곧바로 류현진에게 달려가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놨다. 문동주는 “내가 생각했을 때 이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선배님이 일단 ‘잘했다’고 하셨다. 또 ‘맞은 건 어쩔 수 없고, 내가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졌으면 괜찮다’고, ‘(한 타자와) 세 번 붙어서 두 번 이겼으면 잘 던진 거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부정적이던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특히 류현진 선배님의 말씀이라 더 크게 와 닿았다”고 밝혔다.

문동주에게 비법을 전수한 류현진은 17일 NC전에서 KBO리그 통산 100승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00승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문동주는 “내가 다음 등판에서 이기면 프로 통산 10승인데, 선배님은 100승을 눈앞에 두고 계신다. 그만큼 나와 클래스부터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문동주는 또 “류현진 선배님은 마치 야구 게임을 하는 것처럼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진다. 마운드에서 타자의 행동을 읽어내는 능력도 정말 놀랍다”며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노하우를 더 배우겠다. 선배님께서 ‘저리 좀 가라’고 하실 때까지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따라다니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류현진이 18년 전의 자신과 꼭 닮은, 만만치 않은 수제자를 만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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