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장도 안했는데 몸값 9조…등판 앞둔 ‘IPO 최강자'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장외 투자시장 강자‘배·토·당·야·컬·두’ 

경제+

‘배토당야컬두(배달의민족·토스·당근·야놀자·컬리·두나무)’는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바꾼 혁신 플랫폼이다. 스타트업이었던 이들은 지난 10년 사이 언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해도 이상하지 않을 덩치로 성장했다. 일부는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돈을 버는 단계까지 나갔다. 불황 터널을 뚫고 성과를 낸 덕에 장외 투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펜데믹 기간 상장 후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선배들보다 더 큰 기대를 받는 특급 유망주다. 이들에게 상장 등 엑시트 진행 상황과 경기 침체 영향을 딛고 ‘더더더’ 성장할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

스타트업 빙하기가 한반도를 덮친 지난해의 ‘혁신 플랫폼 6인방’ 성적표를 살펴봤다. 배민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6998억원)은 이커머스 1위 쿠팡(6174억원)보다 많았다. 배민 관계자는 “B마트 등 커머스 사업이 결실을 맺고 알뜰 배달 주문 증가로 이용자 확보·유지에 성공한 결과”라고 말했다. 매출(3조4155억원)은 전년 대비 15.9% 늘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당근은 영업이익 173억원으로 사상 첫 흑자다. 매출은 1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순이익도 흑자 전환(전년 -540억원)에 성공했다. 앱 이용자 위치 기반으로 인근 상권 광고를 내보내는 전략이 통했다. 당근 관계자는 “읍·면·동 단위 마케팅이 가능한 서비스는 당근을 제외하고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해외법인과 당근페이 등 자회사가 포함된 연결기준으론 1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1년 전(-564억원)보다 적자 폭이 98% 줄었다.

지난해 토스 본체 비바리퍼블리카 매출(1조3707억원)은 전년 대비 20.9% 늘었다. 다만 지난해에도 206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긍정 신호는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1994억원)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인사이트파트너스 강대준 대표회계사는 “쿠팡은 202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1년 뒤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야놀자는 실적은 평범하나, 흐름은 좋다. 지난해 매출(7667억원)은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88% 줄었다. 야놀자는 “경상연구개발비 등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4분기는 예년 수준을 회복해 추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4분기 매출은 2197억원, 영업이익은 163억원이다.

두나무 매출은 전년 대비 19% 하락한 1조154억원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1% 줄었지만, 여전히 6409억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점유율 1위(79.5%, 더블록 집계)인 업비트의 힘이다. 두나무 전체 매출의 97%는 암호화폐, 증권 거래(증권플러스·증권플러스 비상장) 플랫폼 수수료다.

컬리는 간신히 매출 성장(2% 증가)을 이어갔다. 매출은 2조774억원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55.2%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5년 연속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인 SSG닷컴과 G마켓이 역성장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난해 143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컬리 관계자는 “적자 폭을 전년(2334억원)대비 40% 줄였고, 기업 현금 창출력을 판단하는 월간 EBITA(상각전영업이익)는 지난해 12월부터 흑자로 돌아서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올해 과제는 뭘까. 토스는 앱 하나로 송금·주식거래·간편결제 모두 하는 ‘수퍼앱 전략’을 계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MAU(월 활성 이용자 수)는 1910만명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간편 송금, 대출 중개, 광고 등 B2C(컨슈머 서비스 부문) 매출 비중이 42.5%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거래액 규모는 2002억→5824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야놀자는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키웠다. 클라우드 부문은 매출 1733억원, 영업이익 83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항공·패키지·티켓은 물론 인바운드(국내 방문자용) 여행 플랫폼을 출시한 인터파크트리플의 연간 흑자 달성 여부도 주목할 점이다. 급성장 중인 여행 플랫폼 2위 여기어때와의 경쟁도 과제다.

컬리는 쿠팡에 더해 중국의 알리에도 맞서야 한다. 지난해 매출 대부분(99.3%)을 차지한 식품과 뷰티 상품 판매 강화가 숙제다. 화장품 배송 서비스 ‘뷰티컬리’의 누적 거래액이 지난해 말 3000억원을 돌파해 분위기는 괜찮다. 밀키트를 1~2시간 내 배달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하면 매출은 커질 전망이다.

배민은 묶음배달 무료 정책을 내세운 쿠팡이츠(61만건)에 지난달 신규 설치 건수에서 2년 만에 밀렸다. 배민도 10% 할인, 알뜰 배달 무료 등을 띄워 실탄을 쓰고 있다. 배민은 “50% 넘었던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15.9%로 낮아진 것도 과제”라며 “커머스 등 신규 사업 성패가 향후 성장성 확보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근에 관건은 현금을 안정적으로 가져다줄 인력 구인, 부동산,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 등 알짜배기 신사업을 솎아내는 것이다. 두나무는 손댔던 신사업이 별다른 성적을 못 내고 있다.

장외 강자들, 올해 등판할까. 혹한기에 웅크리며 상장을 미뤘던 ‘IPO 대어’가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1월 말 기준 장외에서 시가총액 9조원을 기록한 토스는 이미 코스피 상장의 형식 요건(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갖췄다. 다만 몸값이 더 올라오길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2022년 상장을 전제로 투자받는 프리IPO가 아닌 투자 라운드를 올려 시리즈G 투자(5300억원 규모)를 받았다”며 “투자자들의 상장 압박이 심한 편이 아니라 좋은 때를 기다릴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 여행 솔루션 기업 고글로벌트래플(GGT)을 인수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해 미국 상장 준비 움직임을 보여줬다. 김종윤 대표는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기회가 생긴다면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상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클라우드 성과에 따라 연내 미국 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컬리는 지난해 코스피 예비심사까지 통과했지만, 시장이 경색되며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하겠다”며 물러선 아픈 기억이 있다. 문제는 당시엔 충족됐던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준을 현재 장담할 수 없다. 장외에서 컬리의 시가총액은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캐나다와 북미 등 해외 진출 신사업 궤도 안착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근도 당장의 IPO 계획에 선을 긋는다. 당근 관계자는 “당장 IPO를 위한 외형 확대보다 서비스와 재무적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한때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남승현 두나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증시 상장 계획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배민은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지분 99.07%를 가진 우아DH 아시아, 그 위에 최상위 지배기업인 독일계 모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가 이미 독일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