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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훈의 심리만화경

우리를 향한 눈, 남들을 향한 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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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훈 한림대 교수

최훈 한림대 교수

“아빠! 무지개!” 아들이 내민 그림엔 빨주노초파남보 7색의 선들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무지개 하면 이처럼 너무 당연하게 7색을 떠올리지만, 무지개는 400~700㎚에 이르는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이고 그 안에는 수백 가지의 색상이 있다. 하지만 7색 무지개라는 개념을 학습한 우리에게는 마치 7개의 색띠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을 ‘범주지각’이라고 한다.

〈왼쪽 그림〉에서는 1번에서 6번 선분에 이르기까지 길이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1~4번, 5~6번으로 구분시키면, 각 집단에 속한 선분들끼리는 그 차이가 적어 보이고,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4번과 5번 선분 차이는 더 커 보인다. 동일한 범주로 묶인 선분들끼리는 차이점을 적게 지각하고, 다른 범주로 묶인 선분 간에는 그 차이점을 크게 지각하게 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런 경향성은 우리가 사회적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집단(내집단)과 타인의 집단(외집단)을 구분하는 과정에서도 적용된다. 내집단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나와의 유사점을, 외집단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차이점을 크게 지각하며, 더 나아가 내집단에 대해서는 선호를, 외집단에 대해서는 적의를 보이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분에는 상황 및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학 간 대항전 시기에는 국적에 상관없이 소속 학교에 따라서 내집단과 외집단이 결정되지만, 월드컵 기간이 되면 소속 학교보다는 국적이 더 중요한 결정 인자가 된다.

며칠 전 총선이 있었다. 선거 기간 동안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구분되었지만, 총선이 끝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하나의 내집단이 되어야 할 시간이 왔다. 앞으로 4년간 입법을 담당하실 국회의원분들도 정당에 따라 내집단-외집단으로 구분되어 일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내집단으로 국익만을 바라보며 애쓰시길 바라본다. 대한민국 화이팅!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