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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 美대사 "대북 제재 감시할 새 매커니즘, 유엔 안팎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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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이 오는 30일 활동을 종료하는 것과 관련해 "유엔 안팎의 모든 가능한 옵션을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가 없더라도 대체 모니터링 메커니즘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내 미군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내 미군 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DMZ 방문 자체로 대북 압박 메시지

방한 중인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종료에 따른 대안과 관련해 "유엔 총회든 유엔 밖의 체제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뜻을 함께하는 다른 이사국들과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전문가 패널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던지고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고 각종 지원을 하며 동맹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가 없는 경우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하다(Of course)"고 답했다.

주유엔 미국 대사가 안보리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 모니터링 메커니즘과 관련해 "유엔 안팎의 형식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건 처음이다.

유엔 내에서 활동하는 방안으로는 유엔 총회 산하에 메커니즘을 두는 게 가능하다. 비록 안보리 산하는 아니지만 유엔 차원에서 권위를 갖고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메커니즘의 활동과 관련해 유엔의 예산 지원도 가능하다.

그러나 예산이 수반되다 보니 안보리 산하에 전문가 패널을 뒀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기 연장을 위해선 총회 차원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할 수 있다. 매년 메커니즘의 명운을 표결에 부쳐야 하는 셈이다.

반면 유엔 밖에서 별도의 협의체를 꾸려 비정부기구(NGO)들과 협의를 통해 메커니즘을 이어갈 경우 이런 부담은 없다. 다만 유엔 차원의 보고보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재정 지원을 하는 국가·기관을 상대로도 편향성 없이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에서 라카메라 유엔사령관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에서 라카메라 유엔사령관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방한은 그가 2021년 1월 20일 유엔 대사로 임명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 외교를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주유엔 미국 대사가 한국을 찾은 것도 2016년 10월 서맨사 파워 전 대사의 방한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미 내각 회의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여하는 장관급 각료인 토마스-그린필드 대사가 DMZ를 찾은 건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 2022년 8월 방한한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과 같은 해 9월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이 방한 기간 중 DMZ를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이번에는 전문가 패널 종료라는 큰 '선물'을 받은 북한을 향해 앞으로도 다른 방법을 통해 제재 위반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北은 스스로 고립"…대화 강조 

한편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전 DMZ에서 "북한이 얼마나 가까이 위치하는지 알 수 있었고, 잊지 못할 놀라운(eye-opening) 경험"이라며 "한·미 양국 군이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후 젊은 탈북민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학생들과도 만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은미 총장도 참석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함께 참석한 탈북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함께 참석한 탈북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화여대 간담회에서 "오늘 DMZ를 방문해 국경 너머로 북한을 봤는데 고립의 가장 극단적인 예가 북한"이라며 "북한은 전 세계에서 스스로를 떼어내 봉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에도 전 세계에는 다자주의에서 떨어져나오면서 국가와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하는 지도자들이 또 있다"며 "그러나 이는 틀린 약속이자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관으로 일하며 깨달은 점은 역내의 도전은 전 세계적인 도전으로 확대되고 만다는 것"이라며 "기후 변화와 질병은 국경을 모르며, 국지적 충돌도 전장 밖의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 이화역사관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챗' 좌담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주한미국대사관.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 이화역사관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챗' 좌담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주한미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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