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소비’에 더 멀어진 美 ‘피벗’…올해 금리인하 3→2→1번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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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경기 지표에 미국 경제가 둔화 없이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크게 후퇴하면서, 고금리 고통이 기약 없이 길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깜짝 소매판매에 美GDP 전망 상향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속보치 기준) 늘어난 7096억 달러(약 988조82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0.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날 발표한 지난 2월 소매판매 증가율 확정치(0.8%)도 기존 잠정치(0.6%)보다 상향됐다. 변동성이 큰 자동차를 뺀 근원 소매판매도 지난달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5%)를 뛰어넘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내수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은 매월 발표하는 이 소매판매가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강한 소매판매 영향에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인 ‘GDP 나우’는 1분기 미국 GDP 예상치를 2.4→2.8%(전기 대비 연율)로 올렸다.

소비 강세에 물가 상승률 확대 우려

미국 경기가 여전히 확장세에 있다는 증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5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개가 늘어나면서 시장 전망치(20만개)를 크게 넘어섰다.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르면서 역시 예상치(3.4%)를 웃돌았다.

미국의 한 마트에서 한 여성이 옷을 고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마트에서 한 여성이 옷을 고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가계가 견조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향후 물가 상승률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매판매 세부 13개 항목 중 서비스 소비를 의미하는 식당·주점을 제외하면 12개는 상품과 관련돼 있다. 그동안 미국의 CPI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던 것은 상품 물가의 하락이었지만, 관련 소비가 늘면 그만큼 물가도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좀처럼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물가 부담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짚었다.

금리 인하 전망 1번으로…인상 시나리오까지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거란 전망에 시장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소매판매 지표 발표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9월에서야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횟수도 한 번에 그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원래 시장에서는 Fed가 6월에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해 올해 총 세 번 기준금리를 낮출 거라고 봤다. 하지만 지난달 CPI 상승률이 높게 나오면서,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이 두 번으로 후퇴했다가 이번에는 한 번으로 다시 낮아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로이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로이터]

미국 내에서는 기준금리를 오히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물가 상승률이 2.5% 위에서 고착되면 Fed가 내년 초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가 내년 중반에는 6.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준금리 8% 이상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금리는 이미 오름세, 美 10년 국채 4.6%

기준금리 전망과 상관없이 시장 금리는 이미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글로벌 장기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8%포인트 급등하면서, 4.6%까지 올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높은 미국 소매판매 지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중 한때 4.65%까지 치솟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비(非) 미국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먼저 시작하는 이른바 ‘탈동조화’ 현상도 우려된다. 미국이 아닌 국가들이 금리를 먼저 내리면, 달러 강세가 강화돼 환율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강한 소비까지 이어지면, 물가 상승률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Fed도 기준금리 인하 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환율 및 경기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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