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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빠진 '태영건설'에 1조 자본확충…'최대주주는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 태영건설 본사 모습. 김종호 기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 태영건설 본사 모습. 김종호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절차를 밟는 태영건설에 1조원 상당의 자본확충이 이뤄질 전망이다. 돈을 빌려준 기업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핵심이다. TY홀딩스 등 태영건설 대주주도 출자전환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게 과거 워크아웃과 차이점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개선계획 초안을 설명했다. 산은은 “이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방안을 비롯해 감자,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정상화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핵심은 대주주의 주식 수를 줄이는 무상감자와 자본확충이다. 산은에 따르면 대주주 지분 감자 비율은 100대 1로 제시했다.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감자비율은 2대 1을 검토 중이다.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은 1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6356억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기업은 손실이 커져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고, 자본총계가 자본금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잠식에 빠진다. 일반적으로 워크아웃 기업은 무상감자로 자본금 자체를 줄여 부채가 자본금보다 커지는 것을 막고, 대출금(빚)은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전략을 택한다.

이번 기업개선계획은 1조원 상당의 자본확충에 태영건설의 대주주가 참여하는 게 눈에 띈다. 채권단은 무담보채권 중 50%인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 나머지는 태영건설 대주주가 참여할 계획이다. 우선 워크아웃 이전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빌려 태영건설에 빌려준 4000억원을 100% 출자 전환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의 대주주가 대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면 태영건설의 소유 구조도 바뀐다. 100대 1 무상감자에도 불구하고, 출자전환 분까지 반영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41.8%(TY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등)에서 60% 안팎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상당수 워크아웃 기업이 구조조정 이후 대주주가 경영권을 잃고,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대주주는 워크아웃 기간엔 의결권이나 경영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태영건설의 59곳 PF 사업장의 처리 방안도 공개됐다. 본PF 사업장 40곳 중 상당수는 이미 사업이 진척돼 그대로 진행한다. 10곳 미만의 사업장만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청산(경·공매)에 나선다. 브릿지론 단계의 PF 사업장은 20곳 중 1곳을 제외하고 시공사 교체 또는 청산 단계를 밟는다.

최종 기업개선계획 결의는 이달 말 채권단 투표로 결정된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이 최종적으로 결의되면 한 달 이내에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간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대주주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경영권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에 태영건설 살리기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며 “더욱이 (자본확충에 대한) 채권단 부담도 줄어 정상화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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