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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플라자 합의 재연? 트럼프 경제 참모 “약달러로 무역적자 메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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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집권 1기 때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관철하는 역할을 했던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집권 1기 때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관철하는 역할을 했던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경제 참모들이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대중국 견제와 무역적자 해소 등을 경제 공약의 핵심축으로 하고 있는 트럼프와 측근들은 '약(弱) 달러'를 통해 수출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약 달러로 인한 이란·러시아 자금 제재 효과 반감 등 부작용도 예상돼,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폴리티코는 전직 트럼프 정부 인사 3명을 인용해 1기 정부 때 대중 관세 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경제 정책 고문들이 달러화를 약화하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에서 무역 부문 책임자를 맡고 있다. 트럼프 2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폴리티코는 라이트하이저가 미국이 달러화를 일방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방안,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환율 협상을 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과대 평가된 달러를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저서에서 그는 다른 나라의 환율 개입 등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달러화의 과대평가를 상쇄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과 협상해 이들 국가의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절하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언급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당시 도입된 플라자 합의는 당시 미 정부의 암묵적 관세 위협으로 외국 정부가 환율을 재협상하도록 한 '팔 비틀기' 전략으로 통한다. 라이트하이저는 당시 레이건 정부에서 37세 젊은 나이에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내며 협상에 관여했다.

트럼프 1기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차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라이트하이저가 권한을 부여 받게 된다면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들에 대한 관세 위협이 더욱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1974년 도입된 무역법 제122조를 명분 삼아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관세 위협을 가하고, 특히 중국을 양자 통화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와 달러가치 급락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일시적인 관세 인상 또는 수입 제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 인상 또는 수입량 제한을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정 국가의 대미국제수지 흑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 고문들이 재집권 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적극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달러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다. 사진 픽사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 고문들이 재집권 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적극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달러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다. 사진 픽사베이

그러나 약달러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달러 가치 절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당장 월가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평가 절하시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화 표기 자산 가치가 동시에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때 달러의 평가 절하를 자주 주장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과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월가와 가까운 당국자들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점도 문제이다. 안보 측면에서는 약달러로 달러화의 위상이 낮아지면 러시아·이란 등에 부과되는 국제적인 자금 제재의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폴리티코도 환율 정책의 세부 내용이 다 정해진 것은 아니며 선거 전후로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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