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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엑스맨 애니도 내 손길 들어갔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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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미르를 설립한 유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미르를 설립한 유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상을 지키기 위해 뭉친 돌연변이(뮤턴트)들의 이야기를 다룬 ‘엑스맨’ 시리즈가 27년 만에 부활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10부작 애니메이션 ‘엑스맨 97’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방영된 미국 마블 애니메이션 ‘엑스맨’의 후속작이다.

지난달 20일 첫 공개 직후,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항목(평론가 평점) 100%, 팝콘 지수(대중 평점) 94%를 기록하며 호평받았고, 미국 대중문화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향수와 신선함의 완벽한 균형”이라고 평가했다.

스튜디오 미르는 ‘엑스맨 97’ 제작에 참여한 유일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작품의 핵심이 되는 작화를 담당했다.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사무실에서 만난 스튜디오 미르 유재명(52) 대표는 “흥행이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미국은 아버지가 과거에 봤던 작품을 시간이 흘러 아들과 손 잡고 함께 다시 보는 것이 가능한 시장이란 점을 이번에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그는 30여년 전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 작화에도 참여한 바 있다. 2007년엔 미국 니켈로디언의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이하 ‘아바타’)로 미국 최고 애니메이션상인 ‘애니 어워즈’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 부문 감독상을 받았고, 2010년 스튜디오 미르를 설립했다.

스튜디오 미르는 ‘엑스맨 97’의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해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 등 굵직한 제작사와 파트너 협업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했다. 설립 초반에는 유 대표의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2012년 ‘아바타’의 속편인 ‘코라의 전설’이 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아바타’ 감독인) 제가 차린 회사로 제안이 와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코라의 전설’은 당시 미국 케이블 채널에서 시리즈물 ‘왕좌의 게임’을 제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뜨면서, 북미 시장 네트워크가 OTT로 확장됐다. 넷플릭스에선 ‘도타: 용의 피’ ‘위쳐: 늑대의 악몽’ ‘외모지상주의’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마블의 히트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애니메이션 버전을 제작했다.

스튜디오 미르가 꾸준히 굵직한 작품을 제작하는 비결은 뭘까. 유 대표는 ‘유연성’이라고 답했다. “어떤 장르와 작품을 맡겨도 유연하게 수용하고, 만듦새 있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또 “스토리 틀을 짜고 캐릭터를 만드는 설계 단계의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에서 체력을 키워나가야 IP(지적재산) 개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명 내외의 직원들로 시작한 스튜디오 미르는 현재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유 대표는 “배트맨·슈퍼맨·드래곤볼 같은 슈퍼 IP가 쉽게 나오지 않지만, 안된다고 겁먹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우주정거장 ‘미르’에 모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주를 탐험했던 전 세계 과학자들처럼 K-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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