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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쿠젠’의 반란…뮌헨 11년 천하 끝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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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분데스리가 제패 직후 맥주 세례를 받는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가운데). [AP=연합뉴스]

분데스리가 제패 직후 맥주 세례를 받는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가운데). [AP=연합뉴스]

“더는 2인자가 아니다. 레버쿠젠이 마침내 ‘준우승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우승의 꿈을 이뤘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15일(한국시간) 창단 1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스터샬레(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따낸 바이어 레버쿠젠의 우승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레버쿠젠은 이날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베르더 브레멘을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선두 레버쿠젠(승점 79·25승4무)은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63·20승3무6패)과의 격차를 승점 16으로 벌리며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동시에 지난 시즌까지 11연패를 달성한 ‘거함’ 뮌헨의 독주도 저지했다. 1904년 7월 제약회사 바이엘의 노동자들이 모여 창단한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컵 대회를 포함해도 1992~93시즌 독일축구협회(DFB)포칼 이후 31년 만의 우승이다.

그라운드에 난입해 창단 후 120년 만의 첫 우승을 만끽하는 레버쿠젠 팬들. [AFP=연합뉴스]

그라운드에 난입해 창단 후 120년 만의 첫 우승을 만끽하는 레버쿠젠 팬들. [AFP=연합뉴스]

레버쿠젠은 차범근이 활약하던 1987~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독일의 강팀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유독 분데스리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준우승만 다섯 차례 기록했다. 차범근이 뛴 여섯 시즌(1983~89년) 동안 레버쿠젠의 리그 최고 성적은 6위였다. 손흥민(토트넘)도 레버쿠젠에서 두 시즌(2013~15년)을 뛰었는데 모두 4위에 머물렀다. 결국 ‘네버쿠젠(Neverkusen·절대 우승 못 할 레버쿠젠이란 뜻)’이란 조롱 섞인 별명까지 붙었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수만 명의 홈 팬은 그라운드로 난입해 선수들과 얼싸안았다. 바이엘 본사가 있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게 없었던 독일 서부의 소도시(인구 16만명)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우승 덕분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브레멘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는 레버쿠젠 공격수 보니페이스. [AP=연합뉴스]

브레멘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는 레버쿠젠 공격수 보니페이스. [AP=연합뉴스]

2022~23시즌 도중인 2022년 10월 ‘소방수’로 사비 알론소(스페인) 감독을 데려온 게 레버쿠젠에 ‘신의 한 수’가 됐다. 43세 알론소는 레버쿠젠 이전엔 프로 1군 지도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이었지만, 베테랑 못잖은 지도력을 발휘했다. 부임 당시 17위였던 팀을 6위로 끌어올린 그는 올 시즌엔 리그 29경기에서 무패(25승 4무)를 달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알론소는 2016~17시즌 뮌헨에서 은퇴했는데 당시 감독이 현재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맨체스터시티 감독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배운 전술 구사 능력이 일찌감치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버쿠젠의 기록 행진은 계속된다. 남은 5경기에서도 패하지 않으면 무패 우승의 전설을 쓴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은 없었다. 유럽 5대 리그 전체에서도 무패 우승은 보기 드문 기록이다. 2000년 이후로는 2003~04시즌의 아스널(잉글랜드)과 2011~12시즌의 유벤투스(이탈리아)만 달성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이적에 앞서 두 시즌 동안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AP=연합뉴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이적에 앞서 두 시즌 동안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AP=연합뉴스]

레버쿠젠은 또 다음 달 26일 DFB포칼 결승에서 카이저슬라우테른과 우승을 다툰다. UEFA 유로파리그 8강에도 진출했다. 1차전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2-0으로 이겨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3관왕을 노려볼 만하다

반면 ‘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특급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잉글랜드)을 영입해 12연패를 노렸던 뮌헨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우승을 놓쳤다. 케인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나 뮌헨으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매 시즌 우승했던 뮌헨은 케인이 오면서 우승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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