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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리뉴타운 주민, 인근 산단 ‘악취 스트레스’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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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바라본 염색산업단지의 모습. [사진 주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바라본 염색산업단지의 모습. [사진 주민]

밤마다 주민을 괴롭혔던 악취를 없애기 위해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대구시는 11일 주민 의견수렴 공고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염색산업단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악취 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정 고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사업장 내 악취배출시설 설치 신고를 해야 한다. 또 1년 안에 악취방지계획을 세워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악취배출기준을 초과하면 조업정지와 고발 등 강화된 행정처분을 받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그간 서대구역세권 개발 등에 맞춰 염색산단 일대 대기 개선 시책을 추진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낮춰왔지만, 주민 눈높이에 맞는 생활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80년 설립 인가된 대구 서구 염색산단에는 127개 섬유염색업체가 입주해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서구에서 실시한 염색산단의 악취검사 결과 매년 사업장의 8~15% 정도가 악취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그동안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염색산단에서 악취가 풍겨 한해 700여 건 수준의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0년 한국환경공단의 악취실태조사에서는 염색산단 악취가 주거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나왔다.

악취 민원은 지난해부터 폭증했다. 염색산단 인근에 서구 평리뉴타운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다. 지난해 2개 단지 2000여 세대가 입주했고, 올해까지 5개 단지 6960세대 입주가 예정돼 있다. ‘악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아이들 건강이 걱정된다’ 등 지난해만 7000건이 넘게 민원이 접수됐다.

4년 전 이 일대 신축 아파트 중 하나를 분양받아 지난해 4월 입주한 권용원(41)씨는 “무언가 타는 냄새, 가스·분뇨·하수구·약품 냄새 등 6~7종류 악취가 동시다발적으로 난다”고 표현했다. 권씨는 “입주 초반만 해도 냄새가 이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북서풍이 불기 시작했고, 밤이면 북풍이 강해져 염색산단 쪽에서 오는 악취가 심해졌다”며 “아내가 임신 중인데 태어날 아이 건강이 걱정된다. 유해 물질에서 악취가 나올 거라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주민 대부분이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요구해왔다. 주민들로 구성된 서구발전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수차례 집회를 열고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상관없으니 원인과 실태를 조사해달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추진에 더불어 서·북부지역 악취 민원 해소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악취전문가·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악취특별전담조직(TF)을 운영해 악취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2020년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피해 지역 영향평가, 악취 발생원 조사 등을 환경부에 요청해 4월부터 12월까지 한국환경공단이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염색산단 사업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정주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엄격하게 악취를 제한하고, 각 사업장에 악취저감기술을 지원하면서 대기오염방지시설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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