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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20년만에 퇴진…내달 웡 부총리 권력 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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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리셴룽(72) 총리. AFP=연합뉴스

싱가포르 리셴룽(72) 총리. AFP=연합뉴스

싱가포르 행정수반인 리셴룽(72) 총리가 다음 달 물러난다. 2004년 취임 이래 집권 20년 만이다.

15일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다음 달 15일 총리직에서 공식 사임하고 후계자인 로런스 웡(51)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뒤를 이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리 총리 측은 “(이번 리더십 전환은) 중요한 순간”이라며 “내년 총선 전에 웡에게 바통을 넘기면 웡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경제 및 지정학적 격변기에도 안정적인 도시 국가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설계된 전환”이라고 평했다.

리 총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1965∼1990)의 장남이다. 고촉통 전 총리에 이어 제3대 총리로 일해온 그는 70세가 되기 전 물러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계획이 보류됐다.

리콴유 초대 총리는 자원이 부족한 인구 590만 명의 작은 도시 국가를 무역 및 금융 허브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리 총리도 미국 및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원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엄격한 정부 통제, 언론 검열, 반체제 인사에 대한 억압적인 법률과 민사 소송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싱가포르 여당 인민행동당(PAP) 소속인 웡 부총리는 2022년 4월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PAP는 1965년 독립 이후 집권하고 있는데, 총리는 PAP 지도부 논의나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통해 뽑혀왔다.

미국에서 경제학 학·석사, 하버드 케네디 스쿨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6개 부처 고위직을 지낸 웡 부총리는 2011년부터 국회의원으로 활동해왔고 2005~2008년 리 총리의 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코로나19 대응을 잘 이끌어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2년간 여당은 웡을 인간적인 인물로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기타를 치고, 골든 리트리버와 껴안고, 저렴한 푸드코트인 호커 센터를 애용하는 모습을 올렸다.

앨런 총 S.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선임 연구원은 “웡은 젊은 유권자들과 더 잘 어울린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의 투표를 살펴보면 PAP에 대한 지지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로런스 웡(51) 부총리 겸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로런스 웡(51) 부총리 겸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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