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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 투자 대비 최대 보조금 받아 선방...빅테크 고객 유치전 돌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 14일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공장 모습. 사진 경 사장 SNS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지난 14일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공장 모습. 사진 경 사장 SNS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 8630억원)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미국 빅테크 고객 유치 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회사는 미국 투자 규모도 450억 달러(약 62조 2500억원) 이상으로 늘려, 텍사스주 테일러 시에 반도체 연구개발(R&D)부터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패키징까지 종합 반도체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한 인텔(85억 달러)과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액수다. 투자하는 금액 대비 보조금을 계산해 보면, 삼성전자는 14.2%로 TSMC(8.5%)나 인텔(10.2%)보다 높다. 앞서 TSMC가 미국 투자금을 늘린 것처럼,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금액을 기존 약속한 액수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별도 성명을 내 “삼성의 텍사스 생산 기지는 AI 같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 정부의 대미 투자 의지와 한미 동맹이 미국 곳곳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나노 라인까지 만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시에 팹(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이듬해 착공했다. 삼성전자 첫 번째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과는 30분 거리다.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일정이었으나, 보조금·건설 지연 문제로 본격 양산은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 늘려 발표한 투자금은 오스틴 공장 확장과 테일러에 추가 시설 설립에 쓰이게 된다.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전날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테일러기의 첫 번째 팹에서 4나노(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뿐 아니라 2나노 반도체까지 생산할 것”이라며 “두 번째 팹에서도 2027년 2나노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왼쪽부터)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왼쪽부터)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 설립과 R&D(연구개발) 시설 투자는 이번 투자 계획안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설립될) 패키징 공장에서 활용될 중요 기술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위한 3D 적층과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단일 패킷으로 패키징하는 기술”이라며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뛰어난 플레이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공장에서 고객의 반도체를 만들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HBM을 함께 패키징하는 턴키(일괄)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은 “AI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최첨단 공정을 갖춰 늘어나는 미국 내 수요에 부응하고,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하이웨이' 도로 표지판 받는 경계현 사장   (서울=연합뉴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지난해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축 현장을 방문, 빌 그라벨 윌리엄슨 카운티장에게 '삼성 하이웨이' 도로 표지판을 받고 있다. 사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 하이웨이' 도로 표지판 받는 경계현 사장 (서울=연합뉴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지난해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축 현장을 방문, 빌 그라벨 윌리엄슨 카운티장에게 '삼성 하이웨이' 도로 표지판을 받고 있다. 사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빅테크 고객 모셔라

통상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최첨단 공정은 자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술 유출 우려 등 보안에 민감해서다. 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칩스법 가이드라인은 보조금 수혜 기업이 수율·가격 등을 모두 적어내도록 해 보안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빅테크 기업이 몰려있는 미국 본토에 최첨단 공정을 두는 편이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TSMC는 엔비디아·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확보한 반면 삼성전자는 빅테크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공개된 해외 고객사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와 캐나다 텐스토렌트 등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TSMC보다 먼저 도입한 기술력을 앞세워 현지 빅테크 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자 늘고 보조금 쏟아지는데 한국은?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삼성전자가 이번에 발표한 미국 투자는 지난 한해 회사 전체 시설 투자액(53조1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미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360조원을 투자하고, 일본 요코하마에도 R&D 공장을 짓는 등 기존 투자 계획이 줄이어 있다. 미국의 값비싼 생산 물가 등을 고려하면 건설 시작 후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외 각국 정부가 앞다퉈 천문학적 반도체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한국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내 첨단 반도체 설계 제조 기술에 투자하는 대·중견기업에 1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는 적용 기한이 올해 말까지다. 정부는 이 기한을 늘릴 방침이지만, 직접 보조금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외 공장들은 보조금을 받아 생산 원가를 낮추는데, 그만큼 한국 공장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라며 “국내 생산시설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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