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가 되건 말건 나랑 무슨 상관" 이런 괴짜 케네디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다. AP=연합뉴스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나랑 무슨 상관인가."  

범부라면 몰라도, 미국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의 일원이 할 말은 아닌 듯한 이 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그와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며 위의 말을 헤드라인으로 달았다.

그는 존 F 케네디(1917~1963)의 조카다. 그의 아버지는 로버트 F 케네디로, 존 F 케네디의 동생이다. 존 F 케네디는 동생을 법무장관 등 요직으로 기용했다. 그런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삼촌의 직업을 따랐다.

올해 70세인 그에게 꿈을 묻는다면 "백악관 입성"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실제로 이코노미스트 이번 인터뷰뿐 아니라 공공연히 미국 대선 출마 야망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출사표는 던진 상태다.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굳건한 양당제인 미국에서, 그는 무소속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케네디 가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다. 그런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민주당 표가 분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 가능성에 대해 묻는 이코노미스트에게 그는 기사 제목이 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존 F 케네디(맨 왼쪽) 당시 대통령이 1961년 백악관에서 법무장관인 동생 로버트 F 케네디(맨 오른쪽)와 회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에드거 후버. AP=연합뉴스

존 F 케네디(맨 왼쪽) 당시 대통령이 1961년 백악관에서 법무장관인 동생 로버트 F 케네디(맨 오른쪽)와 회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에드거 후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는 "케네디의 로스앤젤레스(LA) 자택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호랑이 박제"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을 주도했지만 독재자로 기억되는 수카르노에게 그의 아버지가 받은 선물이다. 응접실엔 또 케네디의 취미, 매 훈련(falconry)을 위한 장비가 가득했다고 한다.

매 훈련은 그가 좋아하는 '아서왕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케네디는 '아서왕 이야기'에 나오는 매의 역할에 매료되어 이 취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아서왕 이야기'는 케네디 가문과도 연관이 깊다. 존 F 케네디는 자신의 재임 시절 백악관을 '캐멀롯'이라고 불렀다. '아서왕 이야기'의 궁 이름이다.

젊은 시절의 케네디가 남매. 맨 왼쪽부터 로버트 F 케네디, 캐서린 케네디, 존 F 케네디. 중앙포토

젊은 시절의 케네디가 남매. 맨 왼쪽부터 로버트 F 케네디, 캐서린 케네디, 존 F 케네디. 중앙포토

'아서왕 이야기'에서 매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는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이 랜슬롯을 죽이기 위한 모함과 관련되어 있다. 여행 중이던 랜슬롯을 한 여성이 숲에서 멈춰세우는데, "남편이 기르는 매가 도망쳐서 저 나무 위에 올라갔는데, 잡는 걸 도와주지 않으면 남편이 날 죽일 것"이라 읍소한다. 랜슬롯은 갑옷과 무기를 두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매를 잡지만, 이는 이 여성의 남편이 꾸민 계략이었다. 랜슬롯은 기지를 발휘해 그 여성의 남편을 죽이고 다시 길을 떠난다. 매라는 아이콘이 배신 모략에 사용되었음에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매에 매력을 느꼈다는 지점은 흥미롭다.

로버트 F 케네디 무소속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가 배지를 고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버트 F 케네디 무소속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가 배지를 고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케네디 가문 중에서도 모범생보다는 독특한 캐릭터에 속했다. 작가이자 친환경 운동에 관심이 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가문의 압력과 본인의 야망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다소 흥미로운 경력과 빼어난 연설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케네디라는 가문의 이름은 그의 (변호사 시절) 수입을 확 올려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에 "국가가 나를 필요로 했고, 양심 때문에 (정치의 길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요지로 말했다.

미국이 다시 '케네디 대통령'을 맞을 가능성은 당분간은 크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다음과 같이 그의 출마의 의미를 짚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트럼프를 상대로 싸우지만, 케네디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와 싸우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에 진절머리가 난 미국 유권자들은 실제로 케네디에게 투표할 수도 있다. 그것 자체가 이번 선거의 의미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