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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품고 주일미군∙자위대 '한몸' 되나…한국엔 '양날의 검'

중앙일보

입력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상’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오커스(AUKUS, 미·영·호주) 협력, 미·영·일 3자 군사 훈련, 미·일·필리핀 안보 협력 강화 등 역내 동맹·우방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해상에서 에워싸려는 미국의 구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정상회담의 핵심은 미·일 안보 협력을 "지역 안보 문제가 진화하는 속도"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었다. “양국 군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휘·통제 체계를 현대화”하고, 미국의 일본에 대한 토마호크 미사일(TLAM) 운용 지원과 미·일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GPI) 공동 개발 등 군사 작전부터 무기의 배치·공동 생산까지 ‘한 배’를 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입장에선 그간 열망해 왔던 '보통 국가'를 향한 초석인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와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J-JOC) 연내 창설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공동성명에선 "양국 군의 작전과 역량의 원활한 통합"과 "상호 운용성과 계획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각자의 지휘·통제 체계를 양자 차원에서 업그레이드"할 것이 적시됐다. 군사 작전을 전제로 한 상호 운용성과 지휘·통제 개편은 양국 간 연합 작전을 보다 실질적인 수준에서 내실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현재 독자적인 작전권 없이 미국 인도 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주일미군 사령부를 한·미 연합사령부와 유사한 지위로 격상할지 주목된다. 자위대의 J-JOC는 현재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과 같은 급인 4성 장군(대장)으로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급'을 맞추기 위해 현재 3성 장군인 주일미군사령관을 4성 장군 지휘 체계로 개편할 것이란 관측이 미·일 외교가에서 나왔다. 단,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를 위해선 미군의 구조 개편이 동반돼야 해 곧바로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이런 수준까지 가능하다는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위대가 미군의 지휘를 받는 형태의 미·일 연합사령부 창설은 일본이 선을 긋고 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여러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1950년대 이후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체제의 근본 구조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특히 미국의 새로운 대중 포위 기조인 ‘소다자 동맹 체제’가 진용을 갖출 태세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일·호의 ‘공중, 미사일, 방어 협력’과 미·영·일의 3자 군사 훈련 계획”이 언급됐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재래식 무기를 통한 억제는 지역 동맹들에게 최대한 맡기고, 미국은 핵 억제력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흐름은 미 정부가 중국의 대만 통합 시점으로 거론한 2027년 이전까지 미국도 우방들을 규합해 실전 대비 태세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일본에서 국방 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미·일의 대비 태세와 관련해 실질적인 액션 플랜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안정 주둔 도움” “역할 축소 우려” 전망 엇갈려

이런 미·일의 전례 없는 밀착과 미 동맹 체제의 변화는 한국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큰 그림에서 미국이 일본·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전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동맹 간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손을 묶으면서 북한의 돌출 행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대만 급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북한 방어에만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환 회장은 “주한 미군의 경우 추가 증원 없이 대만 유사시 북한이 또 다른 전선을 확대하지 않도록 북한 억제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일미군의 역할이나 지위가 확대될 경우 2만 8500명으로 고정된 주한미군의 규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일미군 사령부를 한층 강화하는 대신 한미 연합사령부를 축소하고 미군 병력을 줄이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상대할 때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등 여러 동맹 국가의 군사 장비와 역량을 합쳐 승수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라면서 "이런 변화 속의 하부 구조로서 한·미 동맹도 북한 문제를 넘어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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