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트너' 日의 자신감?…기시다 "美, 이제 혼자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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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한다”며 미국의 핵심 ‘글로벌 파트너’로 부상한 일본의 역할을 전 세계에서 발휘할 뜻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알라바마)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원 회의실에서 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알라바마)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원 회의실에서 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34분간 영어로 진행한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친구’로 규정하며 영어(friend)와 일본어(도모다치·友達)로 번갈아 호칭했다.

中 도전 지목…“국제질서 도전에 직면”

기시다 총리는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구축해 온 국제 질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은 계속해서 중추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도전을 받는 이유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중국의 대외적 입장과 군사적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 뿐 아니라 국제 사회 전반의 평화와 안정에 전례 없는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이 되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군사적 위협 외에도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한 자유의 억압, 소셜 미디어 등에 대한 검열과 통제, 경제적 의존성을 악용한 이른바 ‘부채 함정 외교’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중국이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주체임을 재차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실에서 열린 의회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실에서 열린 의회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선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납북자 문제도 중요한 현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위협을 계속하면서 또다른 재앙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는 어쩌면 내일 동아시아의 모습”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美 중추적 역할 필요…이제 혼자 아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구축해 온 국제 질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혼자 국제 질서를 지켜온 나라로서 외로움과 피로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전 세계가 미국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낼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배우자 기시다 유코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미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미 의회 합동 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설하는 것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배우자 기시다 유코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미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미 의회 합동 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설하는 것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 일본이 미국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본은 이미 갑판 위에서 일본의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고, 우리 일본이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미·일 관계에 대해선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 도모다치(친구)로 어깨를 맞대고 있다”고 규정했다.

‘재무장’ 불가피론…과거사 반성엔 ‘침묵’

기시다 총리는 미·일 동맹의 성격과 관련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회복하는 과묵한 성격에 동맹에서 이제 전 세계를 바라보는 강력하고 헌신적인 동맹으로 변모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본의 정책과 사고방식을 바꾸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GDP의 2%로 대폭 증액하고 대응타격 능력을 확보하며,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의 ‘재무장’과 전쟁이 가능한 ‘정상 국가’로의 전환을 꾀한 결정이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31일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 필리핀 해상에서 사흘간 진행된 미일 해상훈련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휴가급 헬기 구축함. AFP=연합뉴스

지난 1월 31일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 필리핀 해상에서 사흘간 진행된 미일 해상훈련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휴가급 헬기 구축함. AF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국가안보 전략 변화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한 뒤 “지정학적 환경이 변화하고 일본의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일본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는 것 이상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며 “일본은 미국의 지역 파트너였지만, 이제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양자 관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인도, 필리핀 간의 3자 및 4자 협력은 물론 G7과 아세안과의 협력” 등을 예로 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진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새로운 파트너십의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재무장과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역할 증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주변국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美 일자리 100만개 창출” 발언에 기립 박수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경제적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의 리더십을 믿고 미국 경제를 믿고 있다”며 “일본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국가 가운데 1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들은 8000억 달러를 투자해 100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의회를 가득 채운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박수를 받은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과 함께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가 되겠다”라는 말로 연설을 끝마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의회 합동회의에 연설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의회 합동회의에 연설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연설 초반 기시다 총리는 초등학교 시절인 1963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도착해 뉴욕에서 생활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친근감을 형성했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큰 환호를 받자 자신의 저조한 국내 지지율을 의식한 듯 “일본 국회에서는 이렇게 친절한 박수를 못 받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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