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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맞춰야 이어지는 다리, 베트남판 오작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푸꾸옥 명물 키스 브릿지. 다리 중앙에서 입을 맞추는 낭만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다.

푸꾸옥 명물 키스 브릿지. 다리 중앙에서 입을 맞추는 낭만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베트남 전성시대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4명 중 1명(26%)이 한국인이다. 이미 12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베트남을 찾았다. 한국인이 몰리는 베트남 관광지는 다낭이 부동의 1위라지만, 요즘 젊은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인기가 급부상하는 장소는 서남단의 섬 푸꾸옥이다. 현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로, 한국에서도 슬슬 ‘베트남판 제주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적했던 어촌이 럭셔리 휴양섬으로

너른 야외 수영장과 풀빌라를 갖춘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

너른 야외 수영장과 풀빌라를 갖춘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

푸꾸옥은 제주도의 3분의 1(약 589㎢) 크기다. 그래도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이다. 2000년대 베트남 정부가 하와이·몰디브 버금가는 관광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나서면서, 한적했던 어촌이 럭셔리 휴양 섬으로 탈바꿈했다. 베트남 굴지의 대기업 ‘빈그룹’과 ‘썬그룹’이 북부와 남부 지역을 도맡아 섬 전체를 갈아엎었다.

변변한 호텔 하나 없던 섬마을에 지금은 특급호텔과 럭셔리 리조트가 30개가 넘는다. 30년 전만 해도 인구가 5000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8만명을 헤아린다. 2019년에는 관광객 500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변화가 큰 도시다.

너른 야외 수영장과 풀빌라를 갖춘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

너른 야외 수영장과 풀빌라를 갖춘 뉴월드 푸꾸옥 리조트.

지난달 푸꾸옥을 찾았다. 공항에서 남부 번화가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우리네 제주도처럼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과 특급호텔·리조트·테마파크가 늘어서 있었다. 시설 대부분이 지은 지 2~3년이 안 된 새 건물이었다.

남쪽 해안 끄트머리의 ‘뉴 월드 푸꾸옥’ 리조트에서 다른 관광객의 휴양을 엿봤다. 바다로 뻗은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백사장을 거닐고, 해먹 위에서 낮잠을 자고, 비치 바에서 모히토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한국인도 여럿 보였다. 리조트 관계자는 “투숙객의 30% 이상이 한국인”이라며 “신혼여행객이나 젊은 연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침실 3개와 식당, 개인 수영장 등이 딸린 풀빌라 가격이 1박 35만원 수준이었다.

‘세계 최장’ 7900m 해상 케이블카

선셋타운의 전경.

선셋타운의 전경.

썬그룹이 주도해 개발한 ‘선셋타운’ 지역은 일대가 거대한 테마파크 같았다. 파스텔톤으로 칠한 고만고만한 높이의 건축물이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었다. 호텔도 레스토랑과 상점도 디자인이 비슷했다. 각자의 개성을 포기하고 일관된 비전으로 설계한 도시라니.

7.9㎞ 길이의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혼똔섬 테마파크로 넘어갈 수 있다.

7.9㎞ 길이의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혼똔섬 테마파크로 넘어갈 수 있다.

선셋타운에서 혼똔섬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장 길이의 해상 케이블카(7899.9m)는 선셋타운의 대표 명물이다. 혼똔섬으로 들어가는 20분 동안 선셋타운과 주변의 어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혼똔섬은 거대한 놀이공원이다. 외딴 섬에서 즐기는 워터슬라이드, 바닷속을 누비는 ‘시워킹’도 있지만, 케이블카가 제일 짜릿했다.

요즘 푸꾸옥에서 가장 핫한 곳은 선셋타운 앞바다에 선 ‘키스 브릿지’다. 400m 길이의 다리 2개가 30㎝ 간격을 두고 마주 보는 특이한 구조의 다리다. 다리 양쪽 끝에 서서 상체를 숙이면 입을 맞출 수 있다. 해 질 녘 찾아갔더니, 다리는 키스를 하려는 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수십 명의 입맞춤을 지켜봤다. 그들 모두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여행정보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푸꾸옥까지는 대략 6시간이 걸린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주요 항공사가 인천공항에서 주 30회 이상의 직항편을 띄운다. 연중 20~30도를 오가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다. 우기인 5~11월은 우산이 필수다. 혼똔섬 케이블카 왕복 64만동(약 3만5000원), 키스 브릿지 입장료 10만동(약 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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