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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벤치 앉히더니…투헬 감독 ‘투 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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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민재

김민재

“자신감 부족인가. 아니면 실력 부족인가.”

독일 키커는 최근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28·사진)의 경기력을 분석하며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뛰며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과 리그 올해의 수비수 등을 휩쓴 김민재는 올 시즌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10억원)를 기록하며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나폴리에서 펄펄 날았던 것과는 달리 뮌헨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민재는 올 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의 신임을 받는 듯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가 올 초 토트넘에서 이적해오자 김민재의 출전 시간을 줄였다. 지난 10일 뮌헨과 아스널(잉글랜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2-2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투헬 감독은 아스널을 상대로 최정예 멤버를 꾸렸는데, 김민재는 벤치만 지켰다.

대신 김민재는 지난 7일 분데스리가 28라운드 하이덴하임전에 5경기 만에 선발로 나섰다. 아스널전 직전 경기라서 투헬 감독이 일부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빴다. 뮌헨은 전반에 2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후반 김민재가 수비에서 한두 차례 흔들리면서 내리 3골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했다.

독일 언론은 김민재의 경기력을 혹평했다. 키커는 “그라운드에서 감각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스포르트는 “투헬 감독과 김민재 사이에 문제가 있다”며 불화설을 보도했다. 일부에선 방출설도 흘러나왔다.

토마스 투헬, 에릭 다이어, 요슈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왼쪽부터 순서대로)

토마스 투헬, 에릭 다이어, 요슈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민재의 입지가 좁아진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팀 전술과 동료 선수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분데스리가 전문 김오성 해설위원은 “스피드와 패스 정확도가 뛰어난 김민재에게 투헬 감독이 기대하는 건 공·수 상황에서 모두 ‘참견’하는 모험적인 플레이다. 한마디로 그라운드에서 활동 범위가 무척 넓다는 뜻인데 나폴리와 달리 뮌헨에선 김민재가 공격에 가세하다가 역습을 당했을 때 협력해줄 동료가 부족하다. 결국 실점에 대한 책임은 수비수이자 스타 선수인 김민재가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 미드필드진은 수비 가담이 적극적이라는 평가였는데 뮌헨 전술에서 중원을 책임지는 요슈아 키미히와 레온 고레츠카 콤비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반면 김민재 대신 나오는 다이어는 발이 느려 수비 범위가 좁다. 토트넘에서 밀려난 이유다. 그런데 분데스리가는 EPL보다 경기 템포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자리만 지키는 다이어가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부상으로 인해 포백 수비라인의 변화가 잦은 것도 김민재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마타이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 알폰소 데이비스 등 주축 수비수들이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려 출전 선수가 자주 바뀌었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수비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멤버가 자주 바뀔 경우 수비는 물론 빌드업까지 수행하는 김민재의 백업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어렵다. 김민재의 경기력은 여전히 좋은데 전술 및 동료들과 합이 맞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오성 해설위원은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김민재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 11연패를 달성한 뮌헨은 투헬 감독이 이끄는 올 시즌엔 2위로 밀렸다. 투헬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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