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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벽 해체에 아랫집 소송…대법원 “위험 안 커도 내력벽”

중앙일보

입력

발코니 확장공사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발코니 확장공사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뜯어내면 건물 전체가 위험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해도 위층 베란다 하중을 견디던 벽이라면 수선 전 동의·허가가 필요한 ‘내력벽’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씨 부부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를 사고 몇 년 뒤 구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매매 전부터 트여 있던 발코니가 문제였다. 내력벽 철거는 건축법상 ‘대수선’에 해당하므로 구청의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 없이 공사했다는 것이다. A씨는 급히 신청을 넣었고 얼마 뒤 구청은 사용승인 처리를 해줬다.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던 사건은 이후 5년이 넘는 송사로 비화한다. 당초 강남구청이 시정명령에 나섰던 것은 같은 빌라에 사는 B씨의 민원 때문이었다. B씨는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내력벽을 함부로 해체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구청이 A씨에게 승인 처분을 해 줘 버리자 B씨는 이 처분을 취소하라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한 강남구청은 1심에서 진 뒤엔 ‘사실 그 벽은 내력벽이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내력벽’은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전달하는 건데, 6층짜리 건물 4층 외벽에 부가적으로 붙어있는 발코니에 있던 약 0.54㎡ 정도의 벽체를 철거한다고 구조 안전상 문제가 생기진 않는단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구청은 “그 벽은 내력벽이 아니다”는 건축사 의견을 냈고 B씨 측은 “그 벽은 내력벽”이란 건축구조기술사 의견을 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 배준현)는 전문심리위원 의견대로 “내력벽이 아니다”고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B씨로선 공용부분도 아닌 벽에 대해 소송을 낸 셈이므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대법원은 “제거하였을 때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구체적 위험이 초래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벽체가 내력벽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해당 벽체는 내력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벽체는 5층의 베란다를 지탱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를 제거해도 건물 위험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해당 벽체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내부에 철근을 배근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견고한 형태” “5층 베란다 바닥을 구성하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고 전달하고 있는 이상 내력벽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내력벽은 건물의 공용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수선하려면 구청의 허가에 앞서 소유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집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B씨가 소송을 낼 자격이 있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같은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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