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르는 곳만 오른다…두 달 만에 2억이나 뛴 '똘똘한 한 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5분위 배율'로 살펴본 서울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매매가격 차이가 5년 3개월 만에 가장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평균가격 ‘5분위 배율’은 4.958배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5.011배)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수치는 지난해 5월 4.638배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연속 오름세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매매평균가격을 하위 20%의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매매가격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매매평균가격 상위 20%(5분위)는 지난달 24억6383만원이었는데, 하위 20%(1분위)는 4억9690만원에 그쳤다. ‘5분위 배율’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상위 20% 아파트값은 3.3%(7843만원) 올랐지만, 하위 20%는 3.6%(1842만원) 떨어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고가 아파트가 이런 상승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45% 올라 지난해 9월(0.94%)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주간 매매가격지수도 2주 연속 올랐다. 서울 주택 매수심리 역시 7주 연속 오름세다. ‘대장주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넉달 만에 상승 전환(0.01%)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단지들에서는 최고가가 나오는 등 상승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 6·7차’ 아파트 전용면적 245.2㎡는 직전 거래(80억원)보다 35억원 높은 115억원(10층)에 거래됐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지난 1월 38억원에서 지난달 10일 40억4000만원(11층)으로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전문가들은 고금리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해졌다고 진단한다. 이에 고가 아파트값은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빠르게 반등했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지역의 저가 아파트값의 반등세는 더디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최근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 양극화는 물론, 서울 지역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는 2.03% 하락했지만 송파는 3.52%, 강남은 0.74%, 서초는 0.73% 등 강남 3구(송파·강남·서초)만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서, 도봉, 금천 등은 5~6%씩 하락했다.(한국부동산원)

총선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선과는 달리 지역개발 위주의 공약을 내놓는 총선의 결과가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리 인하와 경제침체의 우려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총선 결과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 최근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