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유료 아이템 확률 조작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한 금액이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이플스토리는 개당 약 2000원인 뽑기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을 조정했는데, 게임 이용자 상당수는 수백~수천개 이상의 아이템을 구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3월 넥슨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등으로 보낸 시위 트럭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1인당 평균 피해 신청액 223만원
10일 한국소비자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피해자 5826명으로부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받아 절차를 진행 중이다. 5826명의 피해 신청액은 총 130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피해액으로 따지면 약 223만원이다. 다만 확률 조작으로 알려진 큐브를 구매했더라도 사용하지 않았거나 재판매한 경우는 피해 산정 과정에서 제외해 최종 피해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신청액으로만 따지면 지난 2018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집단분쟁조정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최종 조정 대상으로 인정된 소비자가 4665명, 배상액이 약 140억원이었다. 2022년 머지포인트 사태 때의 분쟁조정에선 7203명이 조정을 신청했는데 이들이 보유한 머지포인트 전액이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됐지만, 22억원으로 메이플스토리 건의 6분의 1 수준이다. 넥슨에 대한 100억원대 분쟁조정이 이례적인 규모라는 의미다.
민사소송까지 합치면 176억원
메이플스토리 분쟁조정과 별개로 민사소송에 나선 인원도 717명에 달한다. 이들은 확률형 아이템 큐브 구매를 위해 46억원을 결제했다며 10%에 해당하는 4억6000만원을 보상해달라는 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다. 공정위가 큐브의 뽑기 확률을 조정하고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혐의(전자상거래법 위반)로 넥슨에 제재를 부과한 이후 분쟁조정 신청과 소송을 합쳐 176억원의 피해 주장이 나온 셈이다.
지난 1월 김정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 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알리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불성립 땐 집단 소송전으로
소비자원은 정확한 피해 금액 산정을 마친 뒤 조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비자와 넥슨 측이 모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이 불성립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개인별로 조정 신청의 적격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넥슨 측과 간담회를 하는 등 사전 협의도 함께 진행 중”이라며 “만일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정 성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넥슨은 지난달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2019년부터 최근까지 집단분쟁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정이 성립된 건 9건이었지만, 기각되거나 불성립된 건 16건으로 그 2배에 육박했다. 특히 머지포인트‧대진침대‧투명치과 등 조정 신청 인원이 3000명을 넘어가는 사건에선 모두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많을수록 손해배상이나 환급액이 늘어나 기업 측이 조정 결론에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