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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 쏟아진 국민의힘 “당이 용산 독주 견제 못한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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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의힘은 10일 찬물을 뒤집어쓴 분위기였다. 예상 의석수가 300석 중 85~105석이라는 숫자가 뜨자 개표상황실엔 장탄식이 이어졌다. 아무도 큰 말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후 서울 동작을에서 나경원 후보가 류삼영 민주당 후보에게 열세라는 결과가 발표됐을 때 “아!” 하는 탄식이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10분간 상황을 지켜보던 당직자가 TV 소리를 껐다. 가장 먼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리를 떴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짧은 언론 인터뷰를 마친 뒤 곧장 본인 지역구인 대구 달서을로 내려갔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허공을 응시하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일어섰다. 당직자들은 “진짜 이렇게까지 질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너무 나쁘다” “최종 결과가 80석대라면 눈앞이 캄캄하다” 같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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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가 예상되는 데에는 당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이날 국민의힘의 내부 기류였다. 한 위원장 측근인 김경율 비대위원은 취재진에게 “(당과 대통령실의) 공동책임”이라며 “소통이 안 된다. 다들 (당정 관계를) 말하기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차마 못 보겠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출구조사를 지켜본 그는 대화 도중 몇 차례 울먹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독주를 당이 견제하지 못한 결과”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전사가 된 것처럼 소리칠 때 당에서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정부에 할 말 하는 여당’ 기대를 안고 등판했지만 결국 그도 윤 대통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연이은 인사 논란에 의대 증원 문제까지 정부 실정을 고려하면 100석도 감지덕지하다”며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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