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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전화번호도 따갔나…‘문자·전화’ 민원, 지난대선의 2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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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서구 주민 A씨(20대)는 충남 천안갑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로부터 지난 2일 “문 후보를 뽑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천안에 살지 않는다”고 하자 상대방은 “그럼 거기 1번이라도 뽑아 달라”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 주민 유모(27)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0일까지 경기 고양갑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 캠프로부터 여섯 차례 문자를 받았다. 유씨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따지려고 해당 번호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선거 홍보 전화와 문자 때문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 일부는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한다. 특히 총선 전날인 지난 9일과 당일인 10일에는 전국 각지 선거 캠프에서 홍보 전화와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일부 직장인은 일과 중에만 20통 넘게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관련 민원도 폭증했다. 중앙일보가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접수된 22대 총선 관련 개인정보 민원은 2069건으로, 직전 선거였던 2022년 20대 대선의 1196건보다 1.7배 많았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3일에만 민원 134건이 접수됐는데, 집계가 끝나지 않은 10일까지의 민원을 합할 경우 20대 대선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0대 대선의 경우 마지막 8일간 접수된 민원이 전체의 38.4%(459건)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접수된 민원 중 6건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선거 홍보 등에 사용되는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상당수가 주차 차량이나 동창회·종친회·종교단체·시민단체 연락망 등을 통해 수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선거 홍보 전화와 문자 등에 활용해도 공직선거법으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인터넷진흥원 등 개인정보 보호 관련 기관을 안내하는 정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선거 홍보 전화와 문자는 선거 운동의 자유를 벗어난 시민의 평안한 삶을 빼앗는 공해”라며 “불법 수집 개인정보를 활용한 선거 홍보를 금지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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