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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어공주' 이어 '흑인 줄리엣'…"블랙워싱" vs "인종차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로미오로 캐스팅된 배우 톰 홀랜드(왼쪽), 줄리엣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프란체스카 아메우다 리버스. 제작사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 인스타그램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로미오로 캐스팅된 배우 톰 홀랜드(왼쪽), 줄리엣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프란체스카 아메우다 리버스. 제작사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 인스타그램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자 주인공 줄리엣 역에 흑인 배우가 캐스팅됐다. ‘블랙워싱(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작품에 흑인 등 유색인종을 무조건 등장시키는 경향을 비꼬는 표현)’이라는 인종차별적 비판이 쏟아졌고, 작사는 “비난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연극 제작사인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는 성명을 내고 “온라인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고, (인종차별적) 괴롭힘은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연극은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톰 홀랜드가 남주인공 로미오 역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5월 23일 런던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8월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현재 모든 회차가 매진된 상태다.

홀랜드의 상대역에는 흑인 배우인 프란체스카 아메우다 리버스가 캐스팅됐다. 리버스는 배우이자 작곡가,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로, BBC 코미디 시리즈 ‘배드 에듀케이션’ 등에 출연했다.

캐스팅이 공개된 후 제작사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인종차별성 발언이 쏟아졌다. “줄리엣이 흑인이라니 명백한 블랙워싱이다”, “로미오는 톰 홀랜드인데 왜 줄리엣만” 등 인신공격성 댓글이 이어졌다.

블랙워싱이란 미국 영화·드라마 등에서 백인 배우를 우선 기용하던 관행인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에 견줘 나온 말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작품에 흑인 등 유색인종을 무조건 등장시키는 추세를 비꼬는 표현이다.

미국 연예매체 TMZ는 “그의 외모, 패션 감각 등을 비난하는 댓글은 물론 다양한 혐오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것들은 매우 비열하고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줄리엣은 허구일 뿐이다. 허구의 인물을 누가 연기하든 중요치 않다”, “흑인 배우도 줄리엣 연기를 잘 해낼 수 있다” 등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제작사는 결국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 기능을 차단하고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올렸다.

제작사는 “출연진이 발표된 후 온라인에서 개탄스러운 인종차별(발언)이 쏟아졌다”며 “이제 그만 (비난을) 멈춰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온라인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괴롭힘은 온라인, 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할리 베일리. AFP=연합뉴스

할리 베일리. AFP=연합뉴스

인어공주·백설공주도 흑인 혹은 라틴계 캐스팅

흑인 배우 캐스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 역시 주인공 에리얼 역에 미국의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돼 일부 팬들의 반발을 샀다. 전통의 디즈니를 대표하는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붉은 머리와 흰 피부로 특징지어지는 ‘인어공주’ 에리얼이 흑인 캐릭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디즈니 산하 채널 프리폼(Freeform)은 “인어공주 원작자는 덴마크 사람이고 에리얼은 인어”라면서 “에리얼이 덴마크 사람이라면 흑인 덴마크인도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개봉 예정인 또 다른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에도 라틴계 배우 레이첼 제글러가 주인공 백설공주 역할로 캐스팅되면서 일각에서 원작 훼손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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