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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로또 청약’에 57만 명 몰려…높은 분양가에 청약 옥석가리기 심화

중앙일보

입력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올해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시세차익이 뚜렷한 곳에만 청약이 몰리는 옥석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경기 하남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의 계약취소 물량 2가구(전용 84㎡)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총 57만7500명이 청약해 28만8750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분양 가격이 2020년 10월 분양 당시 분양가인 5억5000만~5억7000만원대로 책정됐기 때문에 당첨 시 최소 3억~4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파가 몰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9억9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4번째 임의공급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첫 분양 이후 계속 미계약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 68가구가 집주인을 찾지 못했다. 7개월째 잔여 물량을 털고 있지 못한 건 분양가가 12억~13억원대(전용 84㎡) 로 나와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 당첨되고도 선뜻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아파트도 지난해 1월 청약을 시작한 후 1년 넘게 14차례 임의공급을 진행했다. 입지 경쟁력이 낮고 예상 시세 차익이 적다 보니 서울 내 청약이어도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지역 해제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축소되고,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1년 새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770만7800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5% 올랐다.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80만8100원에 달해 같은 기간 24% 급등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해 어느 정도 ‘안전 마진’을 기대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차익 실현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시세 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이나 공공택지, 강남 3구 같은 분상제 지역에서 나오는 청약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2월 시세 차익을 10억(59㎡ 기준) 가까이 거둘 것으로 예상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 땐 무려 101만3456명이 몰렸다.

청약 쏠림이 심화되며 당첨 가점도 오르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당첨 가점을 분석한 결과, 청약 최저 당첨 가점 평균이 65.78점으로, 지난해 4분기 52.22점보다 13.56점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 분상제 적용 및 입지 경쟁력이 높은 지역에서 청약이 나와 당첨 컷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공급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당첨 최저 가점이 73점(49A)이었다. 또 광화문 업무지구와 가까워 직주근접 입지로 주목받은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 유보라’도 일부 평형 당첨 최저 가점이 72점(84A)이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청약가점이 상승한 것은 서울의 일반공급 물량이 지난해 4분기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1918가구→328가구)”이라며 “적은 물량 가운데 메이플자이, 경희궁 유보라처럼 수요자들이 주목할만한 단지 위주로 공급이 이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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