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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줄었지만 사교육 올인…영어·보습학원 이용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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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영유아 대상 조기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관련 카드 매출이 3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영유아 교육 업종과 학원 업종에서 발생한 30대 고객의 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2022년 기준 초산 연령이 33.5세로 집계(통계청)된 점을 고려하면, 30대 부모의 자녀인 미취학 아동 교육에 쓰인 비용이 그만큼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BC카드 신금융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습학원 이용 고객 수는 2020년 대비 130.1% 늘었다.  예체능학원과 학습지 업체 이용 고객 수도 2020년 대비 각각 76.6%·92.7% 증가했다. 최근 초등학교 대상 보습학원에선 유치부(6~7세) 국어·수학반도 함께 운영하는 추세다. 7세 아이를 키우는 황모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하루 내내 있는 종일반을 꺼리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경험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고객 1명당 결제금액도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예체능학원과 보습학원 결제금액은 3년 사이 각각 65.5%·64.6% 늘었고, 학습지 업체 결제금액의 증가율(90.9%)도 두드러졌다. 유치원 결제 금액도 3년 사이 49.9% 늘었다. 저출생으로 아이가 줄면서 카드 이용 건수가 6.4% 줄어든 것과는 대비된다. 일반 사립 유치원에서도 ‘영어 특화’ ‘예체능 특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각종 비용이 높아지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외국어학원에서 카드를 이용한 30대 고객 수도 2020년 대비 90.1% 늘었다. 무자녀 30대가 자기계발을 위해 외국어학원에 등록한 경우와 자녀 교육을 위해 외국어학원에서 카드를 이용한 경우가 함께 집계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에 따르면 영어유치원, 즉 유아 대상 영어학원 수는 2020년 724개에서 지난해 842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외국어학원 결제금액은 2020년 대비 85.2% 급증했다. 서울의 영어유치원 학비는 월 200만~3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영유아기 사교육 부담은 교육 격차를 키울 뿐 아니라 저출생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난달 26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자녀는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에 동의하며 자녀의 존재를 비용으로 인식했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교육 틀 안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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