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의 새 정석, 조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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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번을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헤드윅’ 역의 배우 조정석은 시원시원한 애드립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그가 나오는 회차는 5월까지 매진이다. [사진 쇼노트]

이번을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헤드윅’ 역의 배우 조정석은 시원시원한 애드립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그가 나오는 회차는 5월까지 매진이다. [사진 쇼노트]

배우 조정석(44)이 8년 만에 뮤지컬 ‘헤드윅’으로 컴백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공연에서 조정석은 쉬는 시간 없이 135분 동안 이어진 무대를 꽉 채우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헤드윅’은 모노드라마와 콘서트가 합쳐진 형태의 뮤지컬이다. 막이 오르면 동독 출신의 로커 헤드윅이 파란만장한 자신의 인생 여정을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헤드윅 또는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이 부르는 11개의 넘버는 그들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와 어우러져 여운을 남긴다.

헤드윅의 본명은 한셀 슈미트. 동독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은 어린 시절 미군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으며 자란다. 냉담한 어머니도 그에게 안식처가 돼 주지 못했다. 헤드윅의 유일한 기쁨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비드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같은 로커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런 헤드윅을 향해 미군 병사 루터가 손을 내민다. 그와 함께하기 위해 한셀은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고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지만 수술이 실패해 다리 사이에 작은 살덩이를 달고 살게 된다.

공연은 헤드윅을 맡은 한 명의 배우가 사실상 홀로 이끌어간다.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상대 배우 없이 연기해야 할 뿐 아니라, 관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애드립으로 토크쇼를 진행하다 중간중간 파워풀한 넘버와 안무까지 선보인다. 그야말로 뮤지컬 차력쇼다.

이번을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헤드윅’ 역의 배우 조정석은 시원시원한 애드립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그가 나오는 회차는 5월까지 매진이다. [사진 쇼노트]

이번을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헤드윅’ 역의 배우 조정석은 시원시원한 애드립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그가 나오는 회차는 5월까지 매진이다. [사진 쇼노트]

이번 시즌을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참여한 조정석은 섬세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애교 섞인 말투로 “아무나 뮤지컬과 영화를 넘나들 수 있는 건 아니지”라는 멘트를 던지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몸을 누가 가장 많이 만졌는지 알아?”라는 그의 질문에 객석에서 “거미(조정석의 부인)”라는 답이 나오자 “걔가 다리가 많긴 하지”라고 응수해 관객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선글라스와 망토 차림으로 ‘테어 미 다운’(Tear me down)을 부르며 극장 뒷문에서 걸어오는 첫 등장부터 가발과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를 모두 벗어 던지고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마지막까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펼쳐냈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 역의 장은아도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드래그퀸(여장 남성)인 이츠학은 ‘평생 남자로 살라’는 헤드윅의 당부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비운의 인물. 헤드윅은 불현듯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이, 그를 거쳐 간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이츠학을 억압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그에게 금발 가발을 건넨다. 망설임 끝에 가발을 받아든 이츠학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헤드윅과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헤드윅이 ‘미드나잇 라디오’(Midnight radio)를 부르며 이츠학의 상처를 끌어안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배우의 역할이 큰 만큼 캐스팅에 따라 극의 세부 내용이 달라지는 점 또한 ‘헤드윅’의 특징이다.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헤드윅도 관객의 호응에 따라 애드립이 달라지고, 러닝타임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헤드윅’은 유난히 회전문 관객이 많다. 6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의 헤드윅 역은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이츠학 역은 장은아·이예은·여은이 맡았다.

이번 시즌은 직전 시즌인 2021년엔 코로나19 때문에 가로막혔던 관객과 배우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펼쳐보였다. 헤드윅이 객석 의자 위에 올라가 춤추는 ‘카 워시’(car wash) 댄스 등 시그니처 장면들도 돌아왔다.

무대 영상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뮤지컬 ‘서편제’ ‘그날들’ 등에 참여했던 영상 디자이너 정재진이 처음 합류해 각각의 넘버에 맞춰 무대 위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을 제작했다. 아날로그 질감의 거친 드로잉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헤드윅의 외로운 내면을 드러냈다. 갈라진 두 존재가 하나로 합쳐지는 비디오 아트 장면은 100개의 초안 중 내부 논의 끝에 하나의 안을 채택했다. 드로잉에만 3개월이 소요됐을 정도로 공 들인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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