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명수 유산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 법관대표들 반대 더 많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희대 대법원장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열린 첫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유산인 ‘사법행정자문회의’의 폐지 추진을 놓고 반대 의견이 나왔다. ‘김명수 코트’ 청산 작업과 관련해 각급 법원의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 모인 법관대표회의에선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분산·견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쉽게 대체할 순 없다”는 존치론이 더 우세했다. ‘자문회의를 폐지하고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법원행정처의 보고에 대해 “폐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의 질문자가 3명, “자문위원회가 자문회의보다 오히려 더 격상된 형태의 자문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폐지론자가 한 명이었다고 한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2019년 9월 향후 미국식으로 ‘사법행정회의’를 만들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발단이 됐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을 이양하는 것을 목표로 신설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에 실패하면서 자문회의는 법적 근거 없이 표류했다. 이에 유명무실한 자문회의를 법원조직법 25조(대법원장의 자문기관으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에 근거가 있는 자문위원회를 도입해 대체하자는 게 조 대법원장의 복안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년 9월 25일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연합뉴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년 9월 25일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연합뉴스

자문위는 대법원장이 부의한 각종 사법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사항들을 1년 이내의 범위에서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6개월 연장이 가능한 비상설 조직이다.

일부 법관 대표들은 이날 현장에서 “자문회의를 아예 폐지하려는 것이냐”, “자문회의의 취지가 계승될 수 있는 것이냐”는 우려 섞인 질문들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사법행정권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함께 논의하는 게 자문회의의 순기능이었는데, 이 지점을 어떻게 보완 내지는 계승할 것이냐는 우려가 일부 나왔다”며 “상설조직인 자문회의와 비상설조직인 자문위는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부 법관들은 “법적 근거를 두고 위원을 구성하는 위원회가 회의체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며 조 대법원장 방침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사법행정자문회의 존폐 여부 등 법원 내 주요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사법행정자문회의 존폐 여부 등 법원 내 주요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뉴스1

이처럼 입장들이 엇갈린 가운데,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회의 산하 사법행정제도 및 기획예산분과위원회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자문기구 개선 방안을 연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아직 방안을 검토 중이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며 논쟁이 더 격화되지는 않았다”며 “아직 확정된 게 없는 만큼, 구체적인 대안의 형태가 마련된 뒤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가 전국법관대표회의 신임 의장으로, 이호철 부산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3기)가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됐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법관대표회의에 직접 참석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로 2018년 3월 대법원규칙 제정으로 공식 기구가 됐다.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