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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미국서 4분 26초 '검은 태양' 우주쇼… 지구-달-태양 한 줄 나란히

중앙일보

입력

지구와 태양 사이 달이 위치해 ‘검은 태양’이 나타나는 개기일식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4분 26초 동안 진행된다. 도심에서 보기 쉽지 않은데 이번엔 뉴욕 등 대도시를 가로지를 예정이라 북미 전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7년 8월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AFP

2017년 8월 미국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AFP

무슨 일이야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가운데를 지나면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다. 미국 텍사스 람파사스 기준, 8일 오후 1시 35분부터 4분 26초 동안 볼 수 있다. 태양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일식은 오후 12시 18분부터 2시간 40분간 관측 가능하다. 이번 일식은 우리나라에선 보이지 않는다.

개기일식 때는 한낮에도 태양이 까맣게 보인다. 일식은 지구가 태양을 돌고(공전), 달이 지구를 도는 과정에서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으로 놓일 때 발생한다. 태양 지름이 달보다 약 400배 크지만, 달보다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달과 태양의 크기가 비슷하게 보이는 원리다. 달이 지구에 가까울수록 달의 상대적 크기가 더 커져 태양을 더 길게 가린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미국 동부, 캐나다를 가로지른다. NASA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미국 동부, 캐나다를 가로지른다. NASA

미국에선 2017년 관측 이후 7년 만이라 관심이 많다. 외신들은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숙박업소 예약이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관측 가능 지역에선 ‘맨 눈으로 보면 안 된다’며 대형 선글라스를 설치하고, 색안경을 나눠줬다. 미국 교도소 재소자들은 개기일식을 보게 해달라는 소송 끝에 승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도소 담장 위에서 관람 예정이다. 캐나다는 관측 명소인 나이아가라 폭포에 최대 100만명이 밀집할 것으로 보고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왜 중요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연구용 비행기와 로켓을 띄워 태양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를 분석한다. 태양빛 때문에 평소에는 관측이 불가능한 이글거리는 모양의 코로나는 태양 표면보다 온도가 훨씬 높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태양풍 가속 원리도 과학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태양 표면에서 초속 수십㎞ 정도의 바람이 코로나를 지나 지구 근처로 오면 초속 수백㎞로 가속된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도 텍사스주 람파사스시, 리키시 두 곳에 관측단을 파견해 태양 코로나 연구를 수행한다. NASA와 공동 개발한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를 오는 9월 발사하기 전, 지상에서 관측 시험하는 것이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 원반을 가려 개기일식 상황처럼 관측하는 특수 망원경 장치다. 김연한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태양 연구 난제인 코로나 가열과 가속 원리를 푸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우주항공청이 설립된 시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 개기일식은 아이슬란드와 스페인에서 2026년 8월 12일(현지시간) 나타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을 보려면 2035년 9월 2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강원도 고성, 북한 평양 등에서 검은 태양을 볼 수 있고, 서울에서도 부분일식은 관측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