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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나 만성편두통, 9일부터 검사없이 재처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진료지원(PA) 간호사 2700명을 추가 충원하기로 했다. 치매나 만성 편두통 등 약을 장기 복용해야 환자는 한시적으로 검사 평가를 받지 않아도 약을 탈 수 있게 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8일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9000명의 PA 간호사가 근무하는데 정부는 2700명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PA 간호사들은 한시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대신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재 개별 병원별로 실시하고 있는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훈련을 4월 중순부터는 대한간호협회에 위탁해 표준화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주요 내용과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주요 내용과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또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약품 처방 급여 요건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치매나 만성편두통, 뇌전증, 항암제 등의 약은 재처방 시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검사 평가를 해야 하는데 9일부터 이런 거 없이 처방해준다는 것이다. 박민수 차관은 “치매는 6개월 간격으로 인지 기능 검사 후 계속 투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라며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로 외래 진료 축소되면서 환자가 재처방에 필요한 검사 평가를 제때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사 평가가 어렵다면 의사 판단 하에 검사를 생략하고 재처방할 수 있게 된다.

박 차관은 다만 이 경우에도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고려한 의료적 판단이 이뤄지도록 “검사 평가 없이 처방 가능한 기관을 원칙적으로 1회 최대 30일 이내로 규정하되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 일수를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도 가능하다.

정부는 실손 보험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개혁특별위원화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실손보험으로 인한 자기부담 축소 등의 영향으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확대되고 과잉 비급여 등으로 필수 의료와 비필수 의료 분야 간 불공정한 보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라며 “왜곡된 의료시장을 정상화하고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2년 말 기준 실손 지급 보험금은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본인부담액이 거의 없는 1, 2세대 실손 보험이 10조6000억원(82%)를 차지한다.

박민수 차관은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공사보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여 불필요한 비급여는 줄이고 필수의료는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비급여 관리도 강화해 나간다. 15일부터는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 기관에서 비급여보고제도가 시행되는데 비급여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고 항목을 594개에서 1068개로 늘렸다. 박 차관은 “비급여공개제도도 이용자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라며 “국민에게 단순히 비급여 가격 정보뿐만 아니라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질환별 총진료비 등까지 함께 공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실손보험 개선 방안과 비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해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재차 의료계에 대화를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 2000명 규모에 대해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며 “국민이 지지하고 있는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의료계와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7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위원회를 꾸려 논의하자고 한 데 대해 박민수 차관은 “여기서 구체적으로 답변하긴 곤란하다”라면서도 “(증원 추진을) 잠시 중단하고 추가 논의를 해보자란 취지로 이해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겠다”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되돌릴 때는 다른 혼란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신입생 모집 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진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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