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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비난" 매질 속에 애호가 급증|열병 앓는 골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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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90년대 들어 골프는 가장 말이 많고 말썽이 끊이지 않는「악덕 스포츠」(?)로 둔갑하고 말았다. 80년대 5공 시절엔 귀족스포츠, 또는 사치스포츠로 꼽힐 정도였으나 이젠 「골프 망국론」까지 대두할 정도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하나 묘한 것은 이같이 비난을 퍼붓던 인사들도 골프채를 잡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묘미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골프애호가가 국내에 이미 비공식 추산이긴 하나 80여만 명에 이른다는 집계다. 올해 전국 51개 골프장의 내장객 수도 공직자의 골프장출입을 금지했는데도 지난해보다 2만 명 정도 많은 3백26만여 명에 이르고있다.
골프는 우리나라와 같이 땅이 좁은 나라에서는 근본적으로 앞으로 아무리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지탄의 대상을 면할 수 없다.
잠실야구장의 10배가 넘는 20여만 평 정도가 소요되는 18홀에서 하루 기껏해야 6백여 명밖에 즐길 수 없으니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골프장사업은「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5공 시절 골프장내 인가를 얻어내기 위해 고위층에 수 십억 원을 상납했어야 했다는 등의 흑막이 밝혀지면서 골프라는 스포츠는 보통사람들로부터 더욱 매질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6공화국은 골프장건설 인·허가업무를 88년 7월 1일부터 시·도로 이관하고 감독·관할권을 교통부에서 체육부로 넘기는 등 골프를 국민건강을 위한 레저스포츠로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 썼다. 이같이 요건이 완화되자 골프장건설 붐이 폭발적으로 일기 시작하면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체육부로 감독·관할권을 넘기기 전에 교통부는 시·도로 인·허가 업무를 이관하면서 ▲절대·상대농지가 10%이상인 지역 ▲광역수원시 20㎞ 이내 지역 ▲일반수원지 10㎞이내 지역 ▲절대 보존 임야 지역을 제외하고는 늘어나는 골프인구를 감안해 모두 골프장으로 허가해 주도록 했다.
이에 따라「황금 알」을 건지기 위해 너도나도 골프장건설을 신청, 90년 12월 현재 전국에서 건설중인 골프장은 무려 92개에 이르고 있다. 이 숫자는 현재 개장중인 골프장(51개)의 거의 배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현재 개장중인 골프장이 23개에 건설중인 골프장이 52개로 전국 골프장면적의 55%를 차지, 가히 골프왕국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 경기도는 골프장세수입으로 전국에서 가장 재정적으로 넉넉한 도 세를 자랑하게 됐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골프장건설 붐이 일며 자연파괴·식수원 오염·과도한 농약살포로 인한 인체유해문제 등이 심각해지자 비판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땅값 상승도 부채질하게 돼 앞으로는 골프장을 더 건설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같이 땅값상승과 지자제는 골프장건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게되었다. 특히 올부터 시행된 골프장에 대한 종합토지세시행은 더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종토세시행에 따라 코스이외의 부지가 포함된 데다 토지에 따라 과세등급이 별도로 매겨져 부과액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5월 개장한 제주중문CC는 올해 재산세가 물경 16억5천여 만원이 부과돼 지난해 8천7백여 만원에 비해 1년 사이 거의 19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이외에 골프장건설의 장애가 되는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지역주민과의 갈등문제다. 지난 24일 경북 선산군에서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경비원 사이의 집단충돌로 15명이 중경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지난여름 장마 때 전국적으로 건설중인 골프장들은 지역주민들과 장마피해를 놓고 시비를 벌이지 않은 곳이 한곳도 없을 정도로 골치를 썩였다는 것이 골프장협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들은 1억∼5억원 정도를 보상해 줘 발등의 불은 껐지만 매년 연례행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제 골프장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미운 오리새끼」로 바뀌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골프장 건설은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반대론자들은 사람 살 땅도 좁은 나라에서 골프장의 난립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농경지 및 주거지를 잠식할 뿐 아니라 자연경관도 해친다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함께 계층간 위화감을 불러일으켜 알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서울올림픽 후 각광받는 사회체육의 측면에서 골프장의 증설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또 잡목으로 버려진 땅을 개발, 휴양지를 겸한 스포츠시설로 조성하는 것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찬반 양론 속에 골프는 내부적으로도 개선해야할 많은 문제점을 갖고있어 애호가들의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골프장만해도 산림훼손·농약과다사용 등은 차치하고라도 호화클럽하우스 건설, 그리고 식당 및 그늘 집 등 간이휴게실의 엄청난 폭리 등은 업자스스로가 골프를 과소비스포츠 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라운드 도중 동반하는 캐디대신 서구처럼 카트나 골퍼 스스로 메고 다니는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이에 골프는 프로선수들의 국제무대에서의 무기력 증세가 팬들을 모으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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