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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 영웅, 이젠 부상용사 도우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이한 주임(왼쪽)과 이주은 운영실장은 모두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다. 군 복무 중 다친 제대 군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이한 주임(왼쪽)과 이주은 운영실장은 모두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다. 군 복무 중 다친 제대 군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군 복무 중 앓았던 심장질환으로 최근까지 10년 이상 제세동기(除細動器·심장충격장치)를 부착하고 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던 그는 보훈기관에 여러 차례 유공자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심장질환이 군 복무 도중 생긴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청에 있는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를 찾았다. 서울시가 2022년 3월 만든 이곳은 군 복무 중 다친 청년을 지원하는 곳이다. A씨는 상담센터 도움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받았다. 상담센터는 A씨의 질환이 군 복무와 연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고 법률 자문도 해줬다고 한다.

서울시 상담센터가 다친 청년 제대 군인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담센터에서는 법률상담과 심리·취업지원 등을 한다. 지난해 상담 건수는 392건, 올해는 420여건의 상담을 하는 게 목표다. 상담 등을 통해 A씨 등 3명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서울시복지재단 소속인 상담센터 직원 4명은 모두 제대 군인이다. 이 가운데 이주은(31) 운영실장과 이한(33) 주임은 군 복무 중 다친 국가유공자다. 이 실장은 해병대 장교로 복무하던 2019년 경계작전 중 지뢰를 밟아 왼발이 절단됐다. 이 주임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얼굴과 왼쪽 다리 등에 파편을 맞았다.

상담센터가 설립된 것은 2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주은 실장 등의 사연을 접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이 실장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며 “나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상담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이런 사연을 들은 오 시장이 나섰다.

이 실장은 “국가 유공자로 지정받으려면 군 복무와 부상 사이 연관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청년부상제대군인들은 보훈심사 기준과 관련 법률을 제대로 몰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 주임은 “부상 한 제대 군인과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내 일처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상담센터는 부상한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 센터 측은 이들이 모일 때마다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조언한다. 이 주임은 “군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아들을 둔 어머니가 모임에 나오면서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상담센터는 올해에만 25차례 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을 준비 중이다.

이 주임은 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연평도 포격전’ 관련 연극을 만들고 직접 출연도 한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공연에 필요한 물품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후임병을 잃은 이 주임은 지금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약을 복용 중이다.

서울시도 부상제대군인 지원에 나섰다. 시는 현재 부상제대군인이 공공 일자리에 지원하면 유공자 등록이 안 됐더라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도 “군 복무 중 부상한 청년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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