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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탓 면접시간 변경’ 거부한 로스쿨, 대법 “기본권 침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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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종교적 이유에 따른 면접 시간 변경 요청을 거부하고 결국 불합격 처리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 ‘수험생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법하므로 불합격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험에서 종교적 자유 침해를 인정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 A씨가 한 로스쿨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해 상고를 기각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 등을 금지한다. A씨는 2020년 한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응시했는데, 모집요강부터 면접전형 날짜가 토요일로 지정돼 있었다.

A씨는 응시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했지만 날짜는 그대로 유지됐고, 이후 1차 합격을 통보받으면서 A씨의 면접이 ‘오전반’에 배치된 사실도 고지받았다. A씨는 ‘오후 마지막으로라도 변경해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면접에 참석하지 못한 A씨는 해당 로스쿨에 합격하지 못했고, 불합격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광주지방법원은 “A씨의 성적은 최종합격자에 준하는 수준이지만 면접을 봤더라도 최종합격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불합격 처분이 적법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8월 광주고등법원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실체상의 권리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으로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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