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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난 윤이나 복귀전

중앙일보

입력

필드 복귀전을 치른 윤이나가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KLPGA

필드 복귀전을 치른 윤이나가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KLPGA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골프계의 ‘뜨거운 감자’ 윤이나(21)가 눈물을 흘리며 필드로 돌아왔다. 2년 전 잘못된 판단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윤이나는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통해 1년 8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타고난 장타를 앞세워 스타로 떠오른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러프로 빠진 공이 자신의 볼이 아닌 것을 알고도 그대로 플레이했고, 이후 스코어카드에도 잘못된 스코어를 적었다.

윤이나는 대한골프협회와 KLPGA로부터 3년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받고 근신하다가 처벌이 1년 6개월로 줄면서 조기 컴백이 가능해졌다.

윤이나가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앞두고 갤러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KLPGA

윤이나가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앞두고 갤러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KLPGA

◆윤이나 “모범적인 선수 되겠다”
윤이나의 복귀전이 열린 테디밸리 골프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다. 주말이 아닌 평일, 수도권도 아닌 제주도에서 열리는 1라운드였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메이저대회 못지않았다. 티오프 시간인 오후 12시 5분이 다가오자 1번 홀(파4) 주변은 더욱 붐볐다. 특히 윤이나의 팬들은 연습 그린부터 필드까지 계속 동행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야유를 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들어선 윤이나는 갤러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반성의 의미였다. 이어 드라이버로 241야드의 호쾌한 장타를 날리며 환호성을 자아냈다. 투 온 공략이 적중한 4번 홀(파5)에선 첫 번째 버디를 잡아 미소도 지었다. 경기 중간에는 2003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황유민(21), 후배 방신실(20)과 이야기를 나누며 필드를 걷는 장면도 보였다.

윤이나의 샷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타력은 그대로였고, 아이언샷의 정확도도 높았다. 다만 빠른 그린에서의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중요한 버디 퍼트를 몇 차례 놓쳤다. 그래도 벙커샷 실수가 나온 2번 홀(파4) 보기 이후 버디 3개를 낚아 2언더파 공동 19위로 복귀전을 마쳤다.

오구 플레이 사건 이후 공식적인 자리를 피하다가 1라운드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윤이나는 “지난 잘못으로 상처를 받으셨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골프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모범적인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황유민이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황유민이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LPGA

◆‘장타자 맞대결’ 압승한 황유민
올 시즌 흥행을 위해 윤이나의 조기 복귀를 추진했던 KLPGA는 이날 윤이나와 방신실, 황유민을 같은 조로 묶었다. 셋 모두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로 윤이나는 2022년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64.25야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방신실과 황유민은 지난해 각각 260.06야드와 256.41야드로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날 장타자 맞대결의 승자는 황유민이었다. 신장 163㎝로 체구는 가장 작지만, 공격적인 장타로 타수를 빠르게 줄였다. 공식 드라이브 비거리를 측정하는 8번 홀(파5)과 11번 홀(파4)에서도 각각 247.9야드, 270야드로 날려 방신실(242.6야드, 262.3야드)과 윤이나(232.6야드, 263.8야드)를 제쳤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수확한 황유민은 5언더파 공동 2위를 달렸다. 7언더파 단독선두 최가빈(21)과는 2타 차이다.

반대로 지난해 장타왕 방신실은 1번 홀에서의 실수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티샷이 왼쪽으로 치우쳐 아웃 오브 바운즈(OB)가 됐다. 결국 이 홀에서 3타를 잃었고,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3오버파 공동 94위로 첫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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