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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어떻게 알로 돌아가나"…'가치투자' 띄운 엄준흠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어난 병아리(밸류업)는 알로 돌아갈 수 없다.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업’ 기대감을 이렇게 비유했다. 이미 국내 소액 주주들이 미국 투자 경험 등을 통해 주주 권리에 눈을 뜬 만큼 한국시장의 주주가치 제고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란 의미다.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신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신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엄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이 병아리에서 닭으로 커갈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그간 신영은 투자에만 몰두하고,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일에 소홀했다. 앞으로 주주제안 등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엄 대표는 이달 1일 국내 가치투자 운용사로 손꼽히는 신영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1세대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허남권 전 대표가 이끌던 기업의 7년 만의 새 수장이다. 엄 대표는 1991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채권 운용과 파생상품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가치투자를 내세운 운용사들은 지난해 2차전지 열풍 속 가치주 소외 현상으로 부침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신영은 국민연금 위탁자금이 회수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으로 가치주가 재조명받고 있다. 대표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과 ‘신영마라톤펀드’ 1년 수익률은 4일 기준 각각 20.27%, 16.44%로 코스피(9.89%)를 크게 앞서고 있다.

엄 대표는 임기 내 포부로 ‘진화된 가치투자’를 내걸었다.
그는 “가치투자의 본질은 결국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라며 “지금까지 신영의 가치투자가 과거와 현재 기업 가치 분석에 집중했다면, 이제 분석역량을 키워 미래 가치 분석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리서치 인력을 늘리고, 펀드 운용도 특정 매니저가 주도하는 구조에서 팀 단위 협력 체제로 바꿔 “집단 지성 시너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모펀드는 편리함과 낮은 보수가 장점인 상장지수펀드(ETF) 공세에 최근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2003년 출시돼 국내 배당주 펀드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도 한때 설정액이 3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900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엄 대표는 “ETF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 수익률을 좇는 패시브 ETF는 (신영이)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액티브 ETF는 유행과 테마에 가까워 투자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공모펀드가 ETF에 비해 결코 부족한 투자 수단이 아니다”라며 “쉽게 자주 사고팔면 성공하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소신을 밝혔다.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신임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신임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증권선물위원회 인가를 받아 종합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채권, 혼합자산까지 상품 영역을 넓혀 가치투자를 접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엄 대표는 “이미 시장에 많은 국공채보다는 가치와 리스크 분석이 중요한 회사채 관련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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