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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운동한 초등생에 3000원 아침밥 공짜…"삼시세끼 학교서 해결"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송봉근 기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송봉근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2일부터 학교 아침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 중 희망자에게 3000원가량의 아침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저녁 늘봄학교까지 이용하는 학생은 하루 세끼를 모두 학교에서 먹는 셈이다.

시교육청이 4일 발표한 ‘아침이 있는 학교생활’ 계획에 따르면, 조식 지원 대상은 정규 수업 시작 전 아침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내 초등학생들이다. 현재 250개교 526개 팀이 오전 8시 20분부터 40분가량 맨발 걷기, 줄넘기 등 아침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빵이나 우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등을 운동 후 제공할 방침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예산은 1인당 3000원으로 책정했다. 시교육청은 “신청 학교가 예산보다 많을 경우에는 동아리 인원수, 주당 운동 횟수 등을 기준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식습관 교정, 학부모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추진됐다. 최근 교육부의 ‘2023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 비율이 남학생은 39.7%, 여학생은 42.6%였다. 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교육과 강순원 과장은 “아침 식사는 성장기 학생 건강과 면역력 유지, 질병 예방 및 학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향후 같은 사업을 중·고교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교육청도, 정치인도 내세우는 아침 급식, 왜 

지난해 전남 도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에게 아침 간편식을 배식하는 모습. 사진 전남교육청

지난해 전남 도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에게 아침 간편식을 배식하는 모습. 사진 전남교육청

아침 급식 확대가 처음 시도되는 건 아니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부터 독서·체육 등 아침 활동에 참여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사업을 시범 운영했는데, 올해부터 대상을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북도교육청도 지난달부터 도내 15개 중학교 학생들에게 컵밥, 샌드위치 등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침 급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송파갑 후보는 고교생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급식을 확대하겠다는 식의 ‘공짜 약속’은 유권자들이 반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미래인력 양성, 특수교육 확대 등 다른 공약보다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예산·조리사 고용 부담…“교원 업무 될 것” 지적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5월 오전 조식 시범 학교인 서울 은평구 선일여자중학교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5월 오전 조식 시범 학교인 서울 은평구 선일여자중학교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학교 현장에선 아침 급식 확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아침 급식 시범 운영 학교 10곳을 선정하려고 했지만, 선일여중 등 2곳만 선정하는 데 그쳤다. 신청이 저조해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아침밥을 먹으려면 더 일찍 등교해야 하는데 학생들 생활 지도와 안전 관리는 결국 교사 몫”이라며 “정작 중요한 수업이나 교육활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저녁 급식도 수요가 부족해 못 하는 학교들이 많다”며 “희망자가 적으면 단가가 비싸져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아침을 밥 대신 간편식으로 제공하는 것 역시 현장의 인력 부담과 관련 있다. 고태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2~3끼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3교대로 일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센데, 아침밥 사업이 더 확대하면 급식이 외주화될 수 있다”며 “아침밥 사업이 확산하려면 인력과 조리 시설, 안전문제 등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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