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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복룡의 신 영웅전

플라톤의 도시계획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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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서양에서도 풍수지리학(Geomancy)은 플라톤 이후에 중요한 인문지리학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의 이론은 『법률학』(The Laws, Book 5)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도성(都城) 건설이다. 도성은 접근이 편리하도록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신라의 경주와 백제의 한성, 그리고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입지가 잘못됐다.

플라톤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물이다. 도성 안으로 물이 흐르든가, 물을 끼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물이다. 그것이 식수든, 운송이든, 기후든, 방어진(防禦陣)이든 인간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평양·부여·파리가 매우 이상적 도성이다.

신영웅전

신영웅전

통일 이후의 도읍지로 거론되는 경기도 파주도 길지(吉地)다. 플라톤이 두 번째로 강조한 도읍 입지는 바람이다. 그 시대에 이미 공기 오염을 생각하기야 했을까마는 현대 도시에서도 통풍은 산업혁명 이후 최대 관심사다. 플라톤의 도읍 입지 이론에 가장 배치되는 도시가 분지로 이뤄진 대구와 베이징이다. 베이징 시민의 평균 수명이 다른 지역에 견주어 낮다는 것은 이제 공론이 됐다.

세 번째로 플라톤은 지열(地熱)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아마도 남향 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도읍은 산도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가 좋다. 이런 조건을 갖췄을 때 인구는 5040명이 가장 이상적이라는데, 현대 사회과학은 아직도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아마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말한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규모’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금 한국에는 ‘메가시티’라는 유령이 전국을 떠돌고 있다. 나름의 이론이 있겠지만, 김포를 회랑으로 연결해 서울에 합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마구 내지르는 정책이 나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