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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동 붐' 온다...삼성E&A·GS건설 사우디서 9.8조 수주 '잭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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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E&A(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총 72억9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공단 전경. 연합뉴스

삼성E&A(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총 72억9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공단 전경.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4번’ 공사를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수주액은 60억7000만 달러(약 8조1800억원)로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GS건설도 같은 공사의 ‘2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공사액은 12억2000만 달러(1조6400억원)다.

두 회사의 수주액을 합치면 72억9000만 달러(9조82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총 해외 수주액(333억 달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간 한국이 수주한 건을 통틀어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2009년·191억 달러),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2012년·77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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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은 유전 지역 공단 내 운영 중인 기존 가스플랜트의 용량 확대를 위해 발주된 공사다. 1단계 공사는 스페인·영국·인도 등 기업이 진행했다. 삼성E&A가 수주한 것은 가스처리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1번(18억9000만 달러) 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4번(41억8000만 달러)이다. 삼성E&A는 현재 사우디에서 아람코가 발주한 우나이자 가스저장(2019년 수주), 자푸라 가스처리 프로젝트(2021년)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E&A 관계자는 “아람코 경영진이 자푸라 프로젝트에 적용한 모듈 등 삼성E&A의 혁신 기술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2번 패키지의 황회수처리시설(하루 800톤 규모)을 짓는다. 가스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을 포집하고 재활용하는 고도화 설비로 유독물질인 황의 관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설비로도 알려져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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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수주에 대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61억1000만 달러의 2배를 넘은 127억2000만 달러에 달하게 된다”며 “한국-사우디 정상외교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 지난해 10월 사우디 국빈방문 등 정상외교를 펼쳐 양국 건설·인프라 협력 기반을 강화했기 때문에 나온 성과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실제 ‘원팀코리아'를 구성하는 등 정부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람코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이 이번 수주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사우디 대형 공사 수주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50억 달러(약 6조74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아미랄 프로젝트)을 수주했고, 10월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자푸라 2단계 가스플랜트(24억달러·3조2300억원) 공사를 따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수주(333억 달러)의 28.5%(95억 달러)가 사우디에서 나왔다. 지난해 중동 지역 전체 수주고(114억3500만 달러) 기준으론 83.1%을 차지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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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서 잇딴 수주 잭팟이 터지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사우디가 투자금 5000억 달러(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쿠웨이트·카타르 등도 탈(脫)석유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지난 1일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가 낸 보고서에서는 “고유가 기조 및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 지속에 따라 올해 중동 건설 시장은 10.3%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동 건설시장에서 실행 중인 사업은 8610억 달러(1161조원)인데, 실행 전 단계에 있는 사업 규모는 2조1580억 달러(2910조원)로 실행 중 사업의 2.5배가 넘는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 2일 발간한 '중동 및 아프리카(MENA) 지역 발주 시장' 보고서에서도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MENA 지역 산유국의 재정 수지가 개선 중이며 지속적인 발주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공종인 화학제품 생산 산업 부문 프로젝트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건설사의 수주 잔고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인 40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사우디 아람코, 국부펀드(PIF), 네옴 등 주요 발주처의 인프라·플랜트·스마트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5대 중점지역(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동유럽·미주)별 전략을 면밀히 추진해 ‘해외건설 누적수주 1조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9638억3000만 달러(1299조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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