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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부’ 송영길, 변호인까지 불참…법원 “상상도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구속 수감 중 소나무당을 창당하고 22대 총선에도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2일 '재판 거부, 단식' 발표 뒤 3일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소나무당 창당대회. 구속 상태라 참석하지 못한 송 대표의 모습은 영상으로만 등장했다. 연합뉴스

구속 수감 중 소나무당을 창당하고 22대 총선에도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2일 '재판 거부, 단식' 발표 뒤 3일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소나무당 창당대회. 구속 상태라 참석하지 못한 송 대표의 모습은 영상으로만 등장했다. 연합뉴스

송영길(61)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 1일에 이어 3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었던 돈 봉투 사건 재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은 송 대표의 변호인마저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재판을 거부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허경무)는 3일 오전 송 대표 사건의 7차 공판기일을 열었다가 피고인 측이 전원 불출석하자 16분만에 종료했다. 구속 상태인 송영길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송 대표의 변호인단 14명도 모두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변호인 14명 중 한 명도 안나와…재판부 “상상 못했다” 당혹

주요 피고인이 일정 혹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출석하더라도 방어권 확보를 위해 변호인은 출석하는 게 통상적인 법정의 모습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불출석하는 상황은 상상해보지 않았다”며 “재판 시작 전 30~40분 어떻게 진행할 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오는데 피고인 측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엉망이 돼버렸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허 부장판사는 “송영길 피고인이 지난 기일 심리적 불안감을 이유로 불출석하고 진료를 받겠다고 했고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진단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내지 않았다”며 “오늘 보니 재판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정 출석 거부로 그런 표현을 하는 건 재판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정에 나와서 자기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부인 남영신 여사가 14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송 대표를 대신해 옥중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부인 남영신 여사가 14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송 대표를 대신해 옥중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선거가 끝나면 심리적 불안감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며 총선이 끝난 뒤 4월 15일 재판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고 피고인 없이 재판을 열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구속 피고인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 없이 궐석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구속 피고인 사건에는 변호인도 꼭 필요한데 혹 변호인이 없거나 나오지 않을 경우 재판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허 부장판사는 다음 기일에도 송 대표가 재판을 거부할 경우 궐석 재판을 진행하고 변호인도 나오지 않을 경우 국선변호인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본 뒤 필요시 구인영장도 발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송 대표의 ‘재판 거부’에 대해 검찰도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어제 송영길 피고인은 ‘난 대민 정치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사람이고 선거운동을 위해 재판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는데 안 들어줬으니 재판을 거부하고 단식한다’고 재판 거부 의사를 가시화했다”며 “보통 국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특권을 마치 맡겨놓은 물건 돌려달라고 하는 것처럼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형사 사법 체계를 존중하고 따르는 국민들까지도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朴 전 대통령도 변호사 빼고 재판 거부… 구치소에서 구인 못해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는 것을 거부해 구인영장까지 발부해도 실제로 집행해 데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는 가운데 한 차례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재판 거부’를 선언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사도 모두 사임시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관련 재판의 증인 출석도 모두 거부했다. 증인 출석을 거부한 재판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한 적이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구치소 내에서도 구인을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도 ‘고령이며, 전직 대통령’ 등의 이유로 물리적인 강제구인까지는 못 하고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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