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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아저씨의 시의적절 타임슬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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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라떼는’은 “나 때는 말야” 하며 과거 방식을 강요하는 사람을 풍자하는 말이다. 심하면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꼽힌다.

일본에도 이런 고민이 많은지, 최근 한 일본 드라마가 참신한 해법을 내놨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에도 출시된 TBS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다. 극 중 사내 상담사 오가와는 윗사람의 이야기를 끊기도 조심스럽다는 직원들의 고민을 전해 듣고, 모두를 대신해 옛날이야기를 전담해서 듣겠다고 자처한다. 그는 알고 보면 과거에서 온 시간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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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의 중학교 체육교사 오가와는 얼떨결에 2024년에 불시착해 방송국 상담사로 채용되며 세대 격차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라떼 아저씨’의 타임슬립 코미디란 설정을 빌어, ‘정치적 올바름’에 얽힌 요즘 사회 갈등 요소를 건드리는 게 드라마 묘미다. 주인공이 구시대 아저씨다 보니, 현대사회가 예민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뉘앙스가 비판받기도 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질문거리가 많다. 동료의 노출 옷차림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적절한 부하직원 격려 방법은 무엇일까 등이다.

오가와가 요즘 시대에 ‘초짜’다 보니 잘 모르는 ‘암묵적 예의’도 소재다. 가령 주말엔 업무용 단체 메신저에 말을 거는 게 실례고, ‘읽씹’(읽고 무응답)은 그 자체로 ‘알았다’는 답이니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 등이다. 국내 리뷰 사이트에는 “요즘 시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란 공감과 함께 리메이크 요청이 나온다. 극 중 결론을 모두 수긍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물꼬를 터주기 때문이다. 비판받을 각오를 하고 만드는 드라마도 때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