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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뒤 집권한 페루 대통령 ‘롤렉스 스캔들’에 탄핵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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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 2월 수도 리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 2월 수도 리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나 볼루아르테(61) 페루 대통령이 취임 2년도 안 돼 탄핵 위기에 몰렸다. 대통령 월급으로 사기 힘든 고가의 시계와 팔찌를 착용했다는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페루 야당 의원들은 이날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29·30일 각각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자택과 대통령궁 내 관저·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스캔들은 지난달 14일 “부통령 취임(2021년 7월) 이후 촬영된 사진 1만여장을 검토한 결과, 볼루아르테가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고급 시계를 최소 14개 찼다. 이 중 하나는 1만4000달러(약 1900만 원)짜리 롤렉스”라는 현지 매체의 보도로 시작됐다. 이후 그가 또 다른 롤렉스 시계 3개와 5만 달러(약 6700만 원) 상당의 까르띠에 팔찌를 착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볼루아르테가 착용한 귀금속의 총 가격은 50만달러(약 6억7735만원)로 추정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기간 그가 받은 월급은 부통령(사회개발부 장관 겸임) 시절 8136달러(약 1100만원), 대통령 취임 후 4200달러(약 568만원)다.

이에 검경은 지난달 18일 불법 재산 증식 등의 혐의로 볼루아르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롤렉스 정품 인증서와 고가의 장신구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5일 그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롤렉스 시계는 18세 때부터 일했던 내 노력의 결실”이라고 반발했다. 또 “나는 2026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페루의 탄핵 절차는 국회 총의석수(130석)의 40%(52명) 이상 의원의 동의를 받아 개시된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전체 3분의 2(87명) 이상의 의원 찬성이 필요하다.

WP는 “1985년 이후 선출된 모든 페루 대통령(총 8명)이 한 차례 이상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며 “볼루아르테가 전임자들의 길을 따라갈 확률이 있다”고 전했다. 볼루아르테는 전임 페드로 카스티요(2021~2022년) 대통령이 그와 같은 ‘도덕적 무능’ 등을 이유로 탄핵된 뒤 취임했다. 앞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2016~2018년), 마르틴 비스카라(2018~2020년) 대통령도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중도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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