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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전공의들의 침묵…인턴 상반기 수련 기회도 날아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대 증원 갈등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의대를 졸업한 예비 인턴 대상자들은 무더기 임용을 포기하며 사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올해 의대 졸업생 3058명 중 인턴으로 합격한 2697명 가운데 현재까지 90%가 임용을 거부했다. 이날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반기 중 수련은 어렵게 된다.

전병왕 중수본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까지 10% 이내로 인턴이 등록된 상태”라며 “오늘까지 등록이 안 되면 상반기 인턴은 더 이상수련 받기 어렵고 9월 하반기에 공백이 생기면 그때 인턴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3월에 다시 지원해서 인턴 수련을 받게 된다”라고 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으로 1년간 여러 전공과목을 돌며 배우는 수련 기간을 거친다. 인턴이 끝나면 원하는 과목에 지원해 3, 4년간 레지던트 수련을 보내고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진료 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회의 주요 내용과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회의 주요 내용과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앞서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침을 세웠지만 차후 예비 인턴들이 복귀하더라도 상반기 수련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전 실장은 “5월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다음 해 4월까지 수련 받아야 하므로, 내년 3월에 레지던트로 갈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3월이 지났기 때문에 규정상으로 9월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3월 말까지 어떻게든 복귀하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턴들의 수련 기회가 날아갔다는 건 수련 병원에 그만큼 공백이 생긴단 얘기이기도 하다. 빅 5 병원 한 교수는 “병원마다, 과마다 다르지만, 인턴들은 환자 근거리에서 처치한다. 환자 수술 부위 관리나 도관(영양관, 배뇨관 등) 삽입과 관리, 복수 천자, 동맥혈 채혈, 동의서 취득, 중환자 이송 시 활력 징후 모니터링 등이 주요 역할”이라며 “병원에선 윤활제 같은 역할인데 병원이 물 흐르듯 잘 돌아갈 수 없음은 물론이고 다른 의사들에게 업무가 전가 돼 과부하가 심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 20일 이후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낸 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지난달 20일 정부에 7대 요구안을 내놓은 게 전부다. 이들은 전날(1일) 대통령 담화 후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 대표는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에서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면서 2000명 규모에 대한 조정 여지도 열어뒀다. 의사와 국민,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도 제안했다. 이는 전공의 7대 요구 중 첫 번째인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지만 전공의 사이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전공의와 의대생 대상 동향조사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전공의와 의대생 대상 동향조사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전공의 1만2774명,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 93%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꼽았다.

이런 발표에 대해서조차 강경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의협(대한의사협회)회장조차 말 한마디 조심하며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는데 개인이 전공의 대표인양 인터뷰하는 게 상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의사는 “사직 전공의가 복귀 안 하고 백지화 요구하며 암 환자는 도운다면 개별사직이 아니고 집단파업 아닌가” 되물으며 “대전협 비대위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대표성 없는 개인이 전체 전공의 여론인 양 기자회견까지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썼다.

의대 교수들이 본격 나서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료계의 통일된 안 요구에 대해 “현실성이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에는 박단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박 회장을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봐라. 대통령의 열정과 정성만 이해해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현재 난국을 해결할 인물은 1명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먼저 팔을 내밀어 달라. 6주간 전 국민으로부터 나쁜 직군으로 낙인 찍힌 이들을 두 팔로 안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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