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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 경기, 1년반 만에 확장세…6월 인하 기대 후퇴

중앙일보

입력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난달 미국 제조업 경기가 17개월 만에 확장세로 돌아서면서 호조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오는 6월 첫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란 기대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50.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ISM은 매달 400개 이상의 기업 체감 경기를 조사해 제조업 PMI를 집계한다. 수치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을 의미한다. ISM 제조업 PMI가 50을 넘긴 건 지난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2월(47.8)과 시장 전망치(48.4)를 모두 상회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위축돼있던 미 제조업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티모시피오레 ISM 제조업 조사위원장은 “제조업 수요 여건이 개선되고 생산이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위축돼있던 제조업까지 기지개를 켜자 올 1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연율 기준) 전망치를 2.3%에서 2.8%로 높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도 3.4%로, 잠정치보다 0.2%포인트 상향조정된 바 있다. 소비와 투자 증가, 견조한 고용 상황이 뒷받침되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선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신중론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시장이 탄탄해 소비 여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 상승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9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ed는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ISM 제조업 PMI 발표 이후 CME페드워치는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56%대로 낮췄다. 일주일 전 70%대를 가리킨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Fed가 다시 매파적 기조로 전환하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며 "첫 금리 인하는 결국 하반기에 이루어질 수 있고, 6월 인하 가능성은 동전 던지기 확률(5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4.31%로 전날에 비해 0.11%포인트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지수(달러 인덱스)는 5개월 만에 105를 넘어섰다. 달러 강세에 2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날 보다 2.7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5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강한 성장세로 인해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하면 한국 물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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