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메룬 여전사, 김연경 울렸다…현대건설 13년만에 통합 V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13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고 13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8년 만에 별을 달았다. 카메룬의 여전사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31)가 펄펄 날았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3연승으로 통산 세번째 우승 트로피(2010~11, 15~16, 23~24시즌)를 들어 올렸다. 정규시즌·챔프전 통합우승은 13년 만이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2년 전인 2021~22시즌 1위에 오르고도 코로나19로 인해 챔피언결정전이 무산된 아쉬움을 털어내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막판까지 흥국생명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흥국생명과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져 위기를 맞았지만, 페퍼저축은행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이겨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다.

현대건설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카메룬 여전사’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 [뉴스1]

현대건설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카메룬 여전사’ 모마 레티치아 바소코. [뉴스1]

플레이오프를 거쳐 2년 연속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1차전부터 매 경기 풀세트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3차전에서도 김연경-윌로우 존슨-도코쿠 레이나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세트스코어 2-1로 앞섰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모마(아포짓 스파이커)가 고비 때마다 괴력을 뽐냈다. “내가 웃으면 경기가 안 풀린다. 화가 난 건 아니고, 집중할 뿐”이라던 모마는 이날도 돌부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꽂아넣었다.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며 어려운 공도 척척 득점으로 연결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끈질긴 수비로 공을 잡아낸 뒤 모마에게 꼬박꼬박 연결했다. 모마는 경기 막판 체력이 떨어졌지만, 상대 블로커 손에 맞혀 아웃시키는 영리한 플레이로 점수를 뽑아냈다.

이날도 하이라이트는 5세트였다. 이전까지 서브 득점이 하나도 없었던 모마는 5세트 접전 상황에서 대포알 같은 서브를 꽂아 7-4로 점수 차를 벌렸다. 모마는 5세트에서만 7점을 올리는 등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기록했다. 챔프전 3경기 합계 득점은 109점. 최우수선수상(MVP)도 당연히 모마에게 돌아갔다. 모마는 유효표 31표 중 25표를 얻어 양효진(6표)을 제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고개를 숙인 흥국생명 김연경. [뉴시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고개를 숙인 흥국생명 김연경. [뉴시스]

모마는 2021~22시즌 GS칼텍스에서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다. 배구 불모지인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특유의 탄력과 파워를 앞세워 그해 득점·공격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공격 종합 2위에 올랐다. 하지만 GS칼텍스는 2년 연속 봄 배구를 하지 못하자 모마와 결별했다. 모마는 서브와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외국인 선수로는 키(1m84㎝)가 작은 편이었다. 블로킹이 약한 GS로서는 모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은 모마를 곧바로 트라이아웃에서 지명했다. 미들블로커진의 높이가 뛰어난 현대건설에게는 모마가 답이었다. 모마의 합류로 현대건설은 공격력을 보강했고, 챔프전에서도 그는 기대대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2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김연경은 지난해 챔프전에서 2연승 이후 3연패를 당해 도로공사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은퇴를 고민하던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고 재도전에 나섰다.

김연경은 36세의 나이에도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블로킹을 제외한 전 부분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챔프전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혼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순 없었다.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김연경은 다음 시즌에도 코트에서 뛸지 고민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