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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뇌물 받고 기소한 검사…대법원 "그래도 공소기각은 안 돼"

중앙일보

입력

검사가 기소 뒤 고소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해도 그 기소가 무조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란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형량은 다소 줄이기로 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지난달 12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년 전 사기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김모씨가 재판을 다시 받겠다며 낸 재심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

이미 끝난 판결을 취소하는 재심은, 그 판결을 내리기 이전의 과정에서 중대한 흠이 있다고 인정돼야 열릴 수 있다. 김씨는 자신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경엔 자신을 담당했던 검사가 고소인 측으로부터 받은 돈과 향응이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해당 검사는 뇌물죄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김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번 사례는 담당 검사의 직무상 비위가 문제 돼 재심이 진행된 최초 사례다. 김 씨는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기 때문에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서울고법은 “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공소를 기각하면 실질적 진실 규범을 통한 형벌권 실현이라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표이념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뇌물을 받은 건 잘못이나 그렇다고 김씨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기소된 건 아니란 취지다.

지난달 대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서울고법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기소한 내용에 따라 실제 판단을 하되 심리 판단 과정에서 검사의 뇌물 수수에 따라 수사가 편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술 등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 피고인의 불이익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며 김씨의 형을 1년 감형했다.

다만 김씨는 이미 14년 전 확정된 형을 다 치르고 출소한 지 오래다. 김씨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재심 판결이 확정된 후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김씨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로 언론에 알려졌던 인물이나 이번 재심 사건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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